[인터뷰] 거미 박사 김길원 연구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발표자는 김길원(32.서울대 행동생태학연구소)박사. 여성 학자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거미와 벌을 연구한다.

김박사의 전공은 곤충 사회학이다. 벌이나 개미처럼 무리지어 사는 곤충들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등이 그의 관심분야다.'그저 신기해서 ' 택했다고 한다.

박사 학위는 1998년 프랑스에서 '집단 생활하는 거미 연구'로 받았다. 그 뒤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말벌을 연구하다 지난해 말 귀국, 서울대 행동생태학연구소에서 땅벌의 사회성을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번 학술 발표는 프랑스에서 한 연구를 재분석한 것.

"프랑스에 있을 때 땅 속에 굴을 파고 무리지어 사는 거미를 채집하는 방법을 궁리했어요. 대롱을 거미집에 넣고 입으로 쭉 빨아내 봤는데 잘못해 거미를 삼킨 적도 많았어요. 어렸을 때는 거미를 징그러워했는데 연구 대상으로 삼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되더군요."

가끔 김박사를 도와 땅벌 집을 찾으러 다니는 같은 연구소 김태원(27.석사과정)씨는 "도대체 겁이 없는 분"이라고 말한다.

가까이 가기도 꺼리는 땅벌 집 입구에 앉아 벌집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게다가 벌이 조금 윙윙거리면 다들 줄행랑인데 김박사는 태연히 관찰을 계속한다.

그래도 땅벌의 의사소통 체계를 모르는 것이 많다며 앞으로 한동안 매달릴 생각이란다."저도 쏘이기는 싫지만, 연구가 워낙 좋아서요."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