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재정통합 백지화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역과 직장 건강보험 재정 통합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우선 정부의 잇따른 건보재정 안정화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건강보험 재정이 바닥을 드러낸 주요 원인이 무리하게 의보통합을 추진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내년 1월 예정된 본격 재정통합을 두달여 앞두고 불붙고 있는 것이다. 이면에는 직장인의 경우 유리지갑처럼 소득이 1백% 노출되는 반면 지역의보 가입자는 그렇지 않다는 형평성 문제가 깔려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분리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난 5월 정부가 내놓았던 건보재정 안정대책을 다시 손질해야 하고 지난해 7월 통합한 건보공단 조직 분리론까지 대두될 것으로 보여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 논란의 배경=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은 평균 30%다.1990년대 초반 23%에서 10여년이 지나도록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또 지역의보 가입자들은 얼마를 벌든 한 달에 최고 20여만원만 소득 보험료를 낸다. 직장인은 최고 8백10만원이다.

지난해 7월 1백39개 직장조합은 건보료율을 총보수의 3.4%로 일원화하면서 잘 사는 조합과 못 사는 조합간의 형평을 맞췄다. 그러나 지역의보와 조직.재정 통합을 앞두고 이들 직장조합은 96년 2조6천여억원에 달했던 적립금을 5년여 만에 까먹고 현재 1조원 가량 빚을 지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박사는 "조직이 통합되면서 진료비를 아끼려는 (직장.지역조합들의) 노력이 사라지고 적기에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 복지부 입장=복지부는 국회 결정을 따른다는 입장이지만 망가진 직장의보 재정을 살리기 위해서는 분리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분리할 경우 국고 40%를 지원하는 지역의보는 내년부터 흑자로 돌아선다. 그러나 직장의보는 2006년 누적적자가 2조원에 육박한다. 이 적자를 지역 건보의 흑자로 메워 2006년에는 전체 재정흑자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지난 5월 정부가 마련한 건보 안정화 대책의 골자다.

하지만 직장과 지역 공히 돈을 아껴 빚을 갚는 게 아니라 지역건보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현재 28%에서 50%로 대폭 올려야만 흑자 재정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재정 분리시 ▶담배부담금(6천6백억원)을 지역건보에만 지원하지 않고 직장건보와 나눠쓰며 ▶직장 피부양자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정을 통합하면 서로 책임을 전가해 돈을 아껴쓰기도,보험료를 올리기도 쉽지 않아 건보재정에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 전망=의보통합의 핵심은 직장과 지역의 재정통합이다.의보통합은 의약분업에 이은 국민의 정부 2대 개혁과제다.재정을 분리하면 의보 통합이 또 다른 실패한 정책이라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따라서 재정 분리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통합 5년 유예론이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