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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살리기, 큰 정책보다 손톱 밑 가시 빼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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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체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하면서 인수위 운영의 네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선 공약을 반드시 실천해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쌓고, 중소기업을 살리며, 부처 이기주의를 타파할 수 있도록 인수위에서 해법을 찾으라는 요지였다.

 ①부처에 그냥 따라가지 마라=박 당선인은 “인수위의 1시간은 다음 정부의 1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권) 인수과정이 수박 겉핥기식 또는 어느 부처가 이렇게 설명할 때 그냥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인수위원들은 전문성이 있고 현장을 잘 알기 때문에 (부처 업무보고) 내용을 판단해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 어디에 집중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의 관점으로 인수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문제점을 파악하는 한편 꼭 필요한 핵심 사항을 인수받으라”는 말도 했다.

 또한 박 당선인은 “새 정부에서 이루고자 하는 최고 가치인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법을 인수위에서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진단과 해법, 이 두 과제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인수위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②컨트롤 타워로 효율 높여야=박 당선인은 정부 부처 간에 칸막이를 쳐놓고 영역다툼을 하는 관행을 없애라고 주문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부처 간에 서로 칸막이가 있어 (한쪽에서) 돈을 들여서 정책을 만들고, 저쪽에서 돈을 들여서 또 (똑같은) 정책을 만들어 세금이 낭비되면서 효율성도 낮아지는 것을 우리가 경험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또 “컨트롤 타워가 있어 모든 부처 간에 물 흐르듯이 소통이 되고, (정보가) 연계가 되고, (정책이) 중복이 안 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면서 그것을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이 언급한 ‘컨트롤 타워’와 관련해 한 측근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 관련 부처 등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부처의 신설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박 당선인은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중심에 놓는 것”이라며 “ 큰 그림을 놓치지 않고 새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의 틀 안에서 구체적인 것도 봐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각 부처가 국민을 중심에 놓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힘을 합해야 되느냐’는 목표를 두게 되면 부처 이기주의 같은 얘기도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거창한 얘기보다 피부 와닿게=대선 기간 동안 경제민주화와 중산층 재건을 강조한 박 당선인은 첫 회의에서도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제가 (지난해 12월 2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가서 여러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 하나 빼주면 좋겠다’는 얘기가 그렇게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이어 “좋은 정책도 좋지만, 국민들로선 현실에 바탕을 두고 정말 아파하고 고통스러운 게 뭔가가 중요하니 국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거창한 얘기에 앞서서 그런 노력을 하게 되면 상당히 (정책이) 피부에 와닿을 것”이라면서다.

 ④잘못된 관행 고쳐야=박 당선인은 “대한민국의 큰 목표는 선진국으로 가는 것”이라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될 마지막 관문이 바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것은 그냥 그때그때 하는 얘기라면서 (국민이) 안 믿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저는 (대선) 공약을 발표할 때 그것을 만든 분들이 피곤할 정도로 따지고 또 따지고 그랬다. 정말 정성 들여 (공약을) 지켜나갈 때 달리 노력을 안 해도 사회적 자본이 쌓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뢰를 축적하기 위해선 “잘못된 관행도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1시간50여 분의 회의를 마친 박 당선인은 인수위 구내식당에서 인수위원들과 함께 오찬을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 제육고추장 볶음, 양배추쌈, 된장찌개, 계란찜, 파래무침, 김치, 흑향미밥을 배식받았다. 인수위가 들어선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구내식당 식권은 4000원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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