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우승의 원동력은 방망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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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의 세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원동력은 방망이와 한번 잡은 상승세를 계속 이어간 분위기의 야구였다.

무엇보다도 올 시즌 두자리 승수 투수가 단 한명도 없는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친 뒤 한국시리즈에 올라 8개 구단중 최강의 마운드를 자랑하는 삼성을 제치고 우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방망이였다.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중심타선은 물론 상.하위 타선까지도 한방을 터뜨리는 파워와 응집력으로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18점), 한 이닝 최다 득점(12점), 최다 점수차(6점) 역전승 등의 진기록을 작성하며 `웅담포'의 진수를 보여줬다.

삼성의 김응용 감독도 "우리 투수가 못 던지는 것인지 두산 타자들이 잘치는지 구별되지 않을 정도"라며 두산 방망이에 혀를 내둘렀다.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두산은 가을잔치 동안 정수근과 장원진 등 상위타선이 진루타로 득점 찬스를 만들고 우즈, 심재학, 김동주의 중심타선은 적시타와 한방으로 승부의 향방을 한순간에 바꿔 버렸다.

또 안경현, 홍성흔, 홍원기의 `안-성-기' 트리오로 대표되는 하위타선들도 중심타선 못지 않은 파워로 상대 마운드를 흔들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상위 타선이 만든 찬스에서 중심타선의 한방으로 점수를 뽑고 하위타선이 뒷정리 하는 식의 응집력으로 마운드에서 한 수 앞선다는 한화를 2연승으로 가볍게 눌렀다.

또 현대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중심타선이 침묵했지만 `안-성-기' 트리오 등 하위타선의 방망만이만으로도 수월하게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냈다.

`안-성-기' 트리오에 이도형까지 가세한 두산의 하위타선은 플레이오프 4경기동안 팀의 19타점중 15타점이나 책임졌고 팀 홈런 7개중 6개를 뽑아내는 괴력으로중심 타선을 능가하는 파워를 보여줬다.

두산 방망이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전례없는 난타전으로 치러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였다.

두산은 1승1패로 맞서던 3차전에서 4-2로 앞서던 6회말 7점을 뽑아내 승부를 결정짓더니 4차전에서는 3-8로 뒤지던 3회말 무려 12점을 뽑아 역전은 물론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득점을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시리즈 승부를 사실상 결정지었다.

특히 3번 우즈와 5번 김동주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방망이를 대표하는 중심타선의 파워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우즈는 한국시리즈 1,3,4차전에서 매번 상대 선발을 무너뜨리는 홈런을 뽑아냈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김동주는 4차전에서 승부를 가르는 만루홈런을 터뜨려 8개 구단 최강 클린업트리오의 명성을 입증한 것이다.

여기에 괴력의 방망이를 가진 팀이 상승세의 분위기를 탔다는게 더 무서웠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가볍게 2연승한 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패해 주춤하는가 싶었지만 내리 3연승하며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내 육체적 피로를 상쇄시키고도남을 자신감과 상승세를 얻었다.

두산은 이같은 팀 분위기 덕에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고도 선수들의 얼굴에는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고 2차전 승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을 수 있었다.

기가 살아난 두산은 경기 장소를 홈인 잠실로 옮긴 뒤부터는 타순에 관계없이 선두 타자가 찬스를 만들면 다음 타자가 어김없이 득점타를 날리며 프로 원년인 82년과 95년 이후 세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상승세의 분위기속에서 타선의 파워와 응집력까지 터져 나왔으니 마운드가 붕괴된 삼성으로서는 막을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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