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예산 곧 바닥 … 올가을께 보육대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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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심재철

“올가을 제2의 보육대란이 올 것입니다. 다시 뒤집어야 합니다.”

 6일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무상보육 예산안 통과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했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원래 정부가 내놓은 안을 국회가 뒤집어 버렸다”며 “소득에 따른 선별지원이라는 복지의 대원칙을 무너뜨리고 수천억원의 세금을 낭비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래 정부 안은 소득 하위 70%에만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종일반·반일반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부 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회는 1일 여야 합의로 무상보육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내놓은 게 배경이 됐다.

 -무상보육이 확대돼 오히려 맞벌이 부부가 힘들게 됐나.

 “그렇다.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되면서 맞벌이 부부의 애로사항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게 됐다. 종일반이든 반일반이든 정부 지원을 똑같이 받다 보니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종일반 어린이보다는 오후 3시까지만 봐주는 반일반 어린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몰리면서 종일반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부가 등록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보육대란을 경고했는데.

 “중앙정부가 소득 하위 70%까지만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지원한다는 원칙에 맞춰 지방정부들이 예산을 편성했다. 그런데 국회가 갑자기 100%(전 계층 지원)로 늘려 버렸기 때문에 지자체마다 보육예산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가을께엔 보육대란이 터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지난해 9월 제시한 개편안(소득 하위 70%까지만 지원하는 안)대로 가야 한다. 예산안이 통과된 올해는 어쩔 수 없이 그대로 가겠지만 내년에는 다시 뒤집어야 한다.”

 -정부안대로 가면 소득 상위 30% 계층의 반발이 클 텐데.

 “지원을 받다가 다시 제외되는 계층의 반발이 예상된다. 어렵더라도 국회가 정중하게 사과하고 원칙대로 가야 한다.”

 심 최고위원은 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 잘못에 대해 바로잡지 못하고 이렇게 얘기해야 하는 게 참 자괴감이 든다”며 무상보육 국회 통과를 비판하는 소신 발언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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