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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거래배제 의문|「정·경 분리」는 경제계의 오랜 숙원|이중부담이 될 걱정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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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천여 만원의 정치자금이 중앙선관위에 기탁되었어도 경제계는 자금수수과정의 양성화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으며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의 실효성에도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다.
김종필 공화당의장의 기탁사실발표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이러한 양성화문제보다는 오히려 『내년으로 다가선 선거를 피부로 느끼고 또 얼마만한 정치헌금의 압력을 받게 될 것인지가 걱정』이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헌금된 1천만원은 경협·무협·상의·방협·양회 협회 등 10개에 가까운 경제단체들이 체면치레를 한 것일 뿐 선거를 앞두고 정치헌금을 양성화한다는 것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재계인사들은 양성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가능성에 아직도 많은 회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1천만원 기탁은 법 시행 후 첫 「케이스」이지만 자발적 헌금은 이미 민정이양을 앞두고 지난 63년에 6천만원(경협 3천만원, 방협 1천7백만원, 제분협 1천3백만원)을 거출했던 실적을 갖고 있다.
당시 4·19, 5·16의 고비에서 부정축재처벌의 된서리를 맞은 재계는 민정이양을 위한 선거에 앞서 정치자금제공방법의 양성화를 시도했다.
『최소한의 자금을 댈 수는 있지만 그러한 헌금행위가 나중에 가서 불법화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운동의 목적-.
이것은 1년 남짓 지난 65년 초에야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로 결실되었다. 그만큼 정계와 재계는 통틀어 자금제공의 양성화원칙에 관한 한 견해가 일치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헌금이 부진한 것은 경제인들이 이 법에 대해서마저 무엇인가 미흡한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먼저 여·야당이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을 매개로 한 헌금이외에는 음성적인 거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경제인 스스로가 특정이권과 관련하여 음성적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일이 완전히 배제될는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음성거래가 남아 있는 양성화는 이중부담의 피해만 가중시키는 것-.
그럴 바엔 좀더 사태를 관망하자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실제로 정당정치가 미숙하고 정치와 경제가 명백하게 분리되지 못한 한국의 현실에서 정치권력과 경제적 이권이 결탁할 여지는 크다.
이러한 부정과 부패의 소지가 살아 있는 한 음성거래가 종식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완전한 의미의 양성화는 「하늘의 별 따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날의 국방부원면구매, 산은연계자금, 중석불, 이른바 4대 의혹사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형적 정치자금수수의 전례에도 불구하고 『정치로부터의 경제의 독립』은 경제계 연래의 숙원이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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