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大 조폭 보스 김태촌 쓸쓸한 최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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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호 02면

서방파 두목 김태촌씨가 지난 5일 0시40분쯤 지병으로 숨졌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의 김씨 빈소에 영정 사진이 놓여 있다. [뉴시스]

1980년대 암흑가를 주름 잡았던 서방파 두목 김태촌씨가 5일 새벽 심장마비로 숨졌다. 64세. 그는 2011년 11월 폐렴과 갑상선 질환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지난해 3월엔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최근 여러 차례 심장마비가 와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김씨는 OB파의 이동재씨, 양은이파의 조양은씨와 함께 3대 조폭으로 불렸다. 17살 때 폭력사건으로 함께 소년원에 들어간 동네 선후배 10여 명과 ‘서방파’를 만들었다. 서방은 그가 활동했던 전남 광산군 서방면에서 유래한다. 서방면은 후에 광주광역시로 편입됐다. 73년 무대를 서울로 옮겨 본격적인 세불리기에 나섰다. 특히 ‘사시미’라 불리는 횟칼을 잔인하게 휘둘러 악명이 높았다.
그는 굵직굵직한 사건에 연루됐다. 86년 인천 뉴송도호텔 나이트클럽 사장 황모씨 난자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이 김씨에게 1, 2심 모두 사형을 구형했을 정도로 김씨와 조직원들의 범행은 잔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5년에 보호감호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89년 폐암 진단을 받고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그러나 92년 ‘범서방파’를 결성한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줄곧 수감생활을 했다. 98년에는 한때 인기를 누렸던 가수 이모씨와 ‘옥중결혼’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05년 출소한 김씨는 인천의 한 교회에서 집사로 활동하며 한때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감 당시 교도소 간부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가 적발되면서 또다시 철창신세를 졌다. 2007년에는 배우 권상우씨에게 일본 팬미팅 행사를 강요하는 협박성 전화를 건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던 지난해 3월 김씨 부하가 응급실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는 간호사를 폭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김씨는 “서방파 두목이라는 주홍글씨가 평생 따라 다닌다”며 “국민에게 ‘또 김태촌이네’ 하는 인식을 심어준 게 억울하고 한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소년원 외에 10번 넘게 교도소에 수감됐고, 30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냈다.
빈소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졌다. 장례식장엔 사복 경찰과 의경들이 배치됐다. 분향소 입구에는 10여 명의 사람이 서서 “오셨습니까, 형님”이라고 인사하며 조문객을 맞았다. 김광남 경찰청 폭력계장은 “옛날의 향수와 의리 때문에 사람들이 찾고 있지만 3대 조폭이란 과거 명성에 비춰 보면 쓸쓸한 최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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