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감독, 개그맨인가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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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프로농구 서울 SK의 문경은(42·사진) 감독이 ‘귀여운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SK를 단독 선두로 이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초보 감독이다.

 문 감독은 긴박한 작전타임 때 자주 실수를 한다. 지난해 12월 29일 고양 오리온스전에서 문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했다. 오리온스 센터 김승원(24)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자 문 감독은 “한국의 키 큰 애”라고 불렀다. 이 모습이 TV 중계를 통해 팬들에게 전해져 큰 웃음을 선사했다. 당시 중계 캐스터는 김승원이 득점하자 “한국의 키 큰 선수, 김승원”을 외치며 문 감독을 패러디했다. 문 감독은 “김승원이 연세대 후배인데 내가 실수를 해서 미안하다”며 “경기 후 항상 아내와 통화하는데 그날 아내가 ‘여보, 그게 뭐야’라고 타박하더라”며 웃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리온스와의 경기 전날 훈련을 하다가 선수들에게 수비를 지시하면서 오리온스 신인 포워드 김종범(23)을 이종범으로 잘못 말했다. 선수들이 키득거리며 웃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농구선수 김종범을 야구선수 이종범(43·현 한화 코치)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혼자 멋쩍었던 일도 있었다. 홈경기 작전타임 도중 “남은 시간이 몇 초야”라고 말해 놓고는 전광판 시계가 아닌 자신의 손목시계를 봤다는 것이다. 손목시계에 남은 시간이 나올 리 만무했다. 문 감독은 “경기 후 생각해 보니 너무 웃겼다”고 털어놨다. 팀이 잘나가니 웃어 넘길 수 있는 실수들이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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