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한을 산림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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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식목일과 청명을 함께 맞아서 한국의 산을 생각한다. 애국가에서 백두산이 등장하지만 그 산은 금강과 함께 우리의 발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고, 그러고 보면 우리에겐 산의 노래가 없다.
나라 면적의 7할이 산림으로 되어있는 고장의 젊은이들이「바다로 가자」라는 노래를 즐겨 부르고, 그 바다는 우리의 동해 바다나 남해 바다가 아니고, 「이탈리아」라는 이방의 바다라는 것이 야속하다.
그런대로 경향 각지에선, 특히 서울을 위시한 도시에선 원근의 산악이며 능선이며 계곡을 찾는 등산객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지난 공일에도 산을 찾은 남녀노소의 수효는 서울 근교만 해도 수만에 달했을 게고 백운대나 도봉에는 아침 일찍부터 등산객들의 행렬이 그치지 않았다.
시내 교통편의 복잡과 난맥이 오히려 무색할 공휴일 교외의 교통 지옥과, 산으로 접어드는 길목 언저리의 추잡에도 불구하고 등산객이 늘어나기만 하는 것은 한국인의 가슴에서 산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증거일까.
그렇다면 나라 면적의 7할을 점하는 산림이 실상「림」이 없는 산이며, 나무와 숲이 없으니 산이라고 할 수 없는, 슬픈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까. 나라 면적의 7할은 산림이 아니라 암막이요, 사막이다.
지리산에서 벌어졌던 것과 같은 대규모로 조직된 도벌단이 간혹 잡혀서 물의를 일으키곤 한다. 그러나 한반도의 거의 모든 산림이 사막으로 변해버린 것이 그러한 산적들의 소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실은, 산을 아끼고 가꾸고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멍든 것이다. 메마른 도시로 몰리는 빈곤과, 설익은 근대화의 구호와, 각박해만 가는 세대의 거센 물결에 눌려, 우리의 인심이 어느덧 울창한 숲으로 덮인 산이 상징하는 자연에서 유리되어 버린 것이다. 산을 산으로서 사랑해야 할 등산객들의 무지와 횡포로 해서, 어린 묘목들과,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귀한 수목들이 입는 피해가 얼마나 큰가. 나라 면적의 7할을 점하는 암막과 토막을 산림으로 되살리자. 숲으로 덮인 산으로, 우리의 자연으로 되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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