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쌀 식품' 인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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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 쌀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와 사회단체들이 쌀 소비를 촉진하는 캠페인에 맞춰 식품업체들이 쌀을 이용한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쌀을 활용한 과자와 음료 등은 유행이 반복되는 성향이 있다"며 "제과업체를 중심으로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쌀을 원료로 한 식품이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 쏟아지는 신제품=쌀 재고가 늘고 원료용 쌀 가격이 10% 정도 떨어진 게 식품업체들에는 유리한 조건이다.

'조청유과''쌀과자 콩고물' 등의 쌀스낵을 내놨던 농심은 옛 가마솥 누룽지의 맛을 살린 '안성누룽지'를 출시했다. 또 쌀과자 광고를 새로 만드는 등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쌀맛나네'라는 제품을 내놨던 롯데제과는 이달 초 '왕쌀맛나네'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롯데제과측은 판매가 호조를 보여 월 평균 7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해태제과는 쌀과자 속에 크림을 넣은 크래커류인 '미사랑'을 이달 초 선보였다. 동양제과도 쌀 원료를 11% 함유한 '쿠센'의 맛과 디자인을 일부 변형한 리뉴얼 제품을 내놨다. 크라운제과가 지난해 6월 내놓은 '참쌀 선병''참쌀 선과' 매출액은 한달에 13억원을 넘는다.

1995년 선 보였다가 사라진 쌀소주도 연말께 다시 등장한다. 농림부는 최근 97년에 생산된 쌀 1백만섬을 이달 말부터 주정(酒精.에탄올)용으로 주류업계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늦어도 내년 초 쌀소주를 맛볼 것으로 보인다.

쌀 원료를 가미한 '사리곰탕 큰사발면'을 출시한 농심은 내년초 제일제당의 '햇반'과 유사한 즉석밥을 출시한다.

두부식품은 밀가루 대신 쌀로 만든 '즉석 쌀국수'를 내놓았다. 다른 중소업체들도 쌀을 활용한 면류를 내놓고 있다.

제일제당은 부산공장 내에 쌀 제품 개발을 전담하는 쌀가공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떡.죽.쌀발효 요구르트 등을 내년부터 출시할 계획이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전통적인 쌀가공제품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하고 있다"며 "쌀을 많이 먹는 지역에 수출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쌀 가공식품 시장도 커져=한국식품개발연구원의 김동철 박사는 "쌀 가공식품시장의 비중이 전체 식품시장의 1% 수준으로 일본의 8%에 비해 크게 낮다"며 "다양한 종류의 쌀식품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제품 개발이 가장 활발한 곳은 제과업계다. 87년 ㈜ 기린이 '쌀로별''쌀로랑' 등을 출시하면서 형성된 쌀과자 시장은 92년 농심의 쌀과자 전문공장 건설로 절정기를 맞았으나 98년 기린의 부도로 침체에 빠졌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가, 올 들어선 롯데제과가 쌀과자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롯데리아의 라이스버거 등 햄버거와 피자에도 쌀 제품이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쌀과자 시장이 지난해 3백25억원에서 올해엔 6백억원으로 85% 정도 늘어날 것"이라며 "쌀 관련제품이 워낙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어 내년에는 쌀 가공식품 전체시장이 2천억원 규모로 급신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현 기자 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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