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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카드사 싸움에 소비자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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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손해용
경제부문 기자

통신요금을 매달 카드로 자동결제하는 휴대전화 가입자는 수백만 명에 달한다. 은행 자동이체처럼 편리하고 지출내역 관리도 쉬운 데다 결제금액만큼 포인트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이달부터 휴대전화 자동결제 신청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이동통신 3사가 카드사를 통한 자동납부 접수 대행 제휴를 중단해서다. 앞으로 신규 고객은 통신사를 찾아가 신청하거나 별도의 계좌이체로 통신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카드사가 본인 동의 절차를 받지 않고 자동결제를 신청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민원이 늘었기 때문”이란 게 통신사가 내세운 이유다. 그런데 이런 ‘몽니’의 배경에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둘러싼 카드사와 통신사의 갈등이 깔려 있다. 두 업계의 힘겨루기가 소비자에게 불똥이 튄 셈이다.

 카드사는 새로운 여신전문금융전문업법에 따라 1.1~1.5%의 수수료율을 1.85~1.89%로 올리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통신사는 수수료율 최저한도인 1.5% 이상으로는 올릴 수 없다고 맞서 왔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금융 당국은 ‘신용카드 수수료율 조정안’을 거부한 통신 3사에 ‘법적 조치 검토’라는 강수를 꺼냈다.

 문제는 볼모로 잡힌 소비자들이다. 이들의 힘겨루기에서 소비자 권리는 협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당장 자동결제 신청에 불편함을 겪을뿐더러 제휴 할인 폐지, 마일리지 축소 같은 피해가 우려된다. 각종 부가서비스를 보고 카드·휴대전화에 가입한 고객은 자꾸 줄어드는 혜택에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수수료율 인상에 성공하더라도 그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마케팅 비용으로 한 해 수조원을 쓰면서도 그간 받았던 혜택을 줄이라는 요구에 실력행사에 나선 통신사. 대형 가맹점에는 수수료율 할인 혜택을 주고, 영세업자에게는 수수료율 덤터기를 씌워 왔던 카드사. 두 업계가 제 밥그릇 챙기겠다고 벌이는 진흙탕 싸움에 소비자들은 기가 찰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