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인호 에세이 '어머니가…' 출간

중앙일보

입력

"오마니!"하고 이북 출신의 소설가 최인호(56) 씨가 눈물을 뚜욱뚝 흘리며 사모곡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문예출판사.8천원) 를 썼다.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작가가 1987년 11월 일본 출장 중 어머니의 부고를 듣게 된 충격과 회한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책에는 "조금만 더 잘해드렸더라면…"하는 뒤늦은 후회와 그리움이 가득하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불효를 이 사모곡으로 만회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 속내를 솔직히 드러낸 작가는 우리 시대의 탁월한 이야기꾼답게 그의 어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며 신산스런 삶을 산 우리네 모두의 존재 근거로 엮어내고 있다.

"어머니, 당신은 죽지 않았습니다.이 세상에서 태어나 제일 먼저 배운 말 한마디가 '엄마'이었듯 어머니가 가르친 말과 노래는 내 가슴에 마르지 않는 샘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난쟁이처럼 키가 작아 볼품없는 어머니는 요절한 아버지 몫까지 하느라 공사판 인부처럼 손이 두꺼워졌으며 살아남기 위해 악을 쓰며 동네 사람들과 싸우는 일도 잦았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여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하여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하신 어머니.

이런 어머니임에도 작가는 학교에 찾아온 어머니의 모습이 마치 할머니같아 도망쳐야 했던 일과 어린 시절 불만에 쌓여 어머니께 덤벼들던 부끄러운 기억을 곱씹는다.

그리곤 반성한다. 떠나시기전 마지막 몇 년 동안 다리를 쓰지 못해 유폐된 채 사시던 당신이 외도와 술을 일삼던 아버지에 대해 "네 아버지는 예수님이었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어머니와 성자의 모습이 서서히 겹쳐짐을 느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