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료의 맥] 한의외치 연구소 신광호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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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팔봉산 기슭에 자리잡은 한 폐교. 입구에는 초등학교 이름 대신 한의외치(外治) 요법연구소란 간판이 보인다. 교실을 개조해 연구실로 사용하고 있는 신광호 원장(40.서울 삼정한의원장.사진) . 도심을 피해 한적한 시골에 연구실을 차린 사연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1986년 한의대를 졸업하고 고향인 홍천에 들어가 한의원을 개업하면서 외치 요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한의서에 나와있는 대로 생약 재료를 기름에 튀기고, 끓이고, 볶다 보니 지독한 냄새 때문에 민원이 끊이질 않았고, 화재까지 발생했어요.

그래서 주말이면 솥단지를 싸들고 인적이 없는 곳까지 강의 상류를 따라 올라가 '미친 짓'을 반복했습니다."

그러기를 7년여, 그에게 기회가 왔다. 지난 93년 대학과 연구소의 협동 연구 과정의 일환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특성분석실 천연물화학실험에 4년간 참여하게 된 것.

"생약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하고, 이를 제형화하는 기술 모두가 그 때 익힌 것"이라고 그는 회상한다.

외치요법이란 간단히 말해 바르거나 붙이는 한약. 종기가 나면 붙이는 고약이 대표적인 외용제다.

현재 그의 실험실에서 선보인 외용제는 30여가지에 이른다. 건선(乾癬) 이나 아토피.여드름 등에 쓰이는 삼백이황고와 자운고,2도 이상 화상 치료에 사용하는 자운신고 등이 바르는 제품이다.

또 비염.천식 환자를 위해 분무 형태로 만든 것도 있다. 부인과 질환에 쓰이는 은하수(좌욕제) 와 조경단(삽입 용품) 도 그가 개발한 외용제 중 하나.

그가 97년 설립한 한의외치요법학회에는 4백여명의 한의사 회원들이 가입, 피부과 질환은 물론 호흡기.소화기.마비성 질환 등을 연구하고, 학술대회를 통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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