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박한이· 정수근 "빠른 발로 상대팀 혼 뺀다"

중앙일보

입력

'발야구'를 잘해야 이긴다?

한국시리즈는 단기전 중의 단기전이다. 한순간 경기의 흐름을 놓치면 '다음 기회'라는 것이 없다. 매 경기 총력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투수들도 최고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구위로 승부한다. 일방적인 게임이나 대량 득점이 적어지고 팽팽한 긴장감이 경기내내 이어진다.

그래서 중요해지는 것은 바로 '발'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아도 게임을 진행시킬 수 있는 수단, 허슬과 전력 질주로 상대의 수비를 흔들 수 있는 발이 단기전 승부의 결정적 열쇠가 된다.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에서 양팀 공격의 첨병 박한이(21.삼성)와 정수근(24.두산)의 비중이 커진 이유다. 빠른 발과 센스를 앞세운 둘은 1차전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아냈다. 성적만 놓고 보면 볼넷.몸맞은공 한개씩을 포함, 3타수 2안타 1득점의 박한이가 4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의 정수근을 근소하게 앞섰다.

올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 박한이는 시즌성적 1백30경기 출장, 타율 0.279, 13홈런, 17도루를 기록하고도 시즌 후반 맹활약을 펼친 김태균(한화)의 기세에 밀렸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준비한 무대가 바로 한국시리즈다. 한국시리즈에서 인상적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 신인왕 싸움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박한이는 1차전에서 매서운 방망이와 함께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인정을 받았다. 우익수로 출전한 박선수는 4회초 홍성흔의 타구를 30m가량 달려가 몸을 숙이며 잡아내는 등 허슬플레이를 펼쳐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국내 최고 1번타자 정수근은 박한이의 도전을 여유있게 받아 넘기고 있다.1차전에서 1-3으로 뒤지던 4회초 무사 1,2루에서 보여준 정수근의 타격은 백전노장의 그것보다 노련했다. 볼카운트 2-0으로 밀렸으나 번트자세를 취해 내·외야 수비를 끌어들인 뒤 가운데에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를 정확히 갖다맞혀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뿜어내는 장면은 경기 감각이 절정에 올라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회초 현대 박종호의 좌중간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 순식간에 경기흐름을 바꿨던 정수근은 3차전부터 장소가 넓디넓은 잠실구장으로 옮겨지면 자신의 수비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한이와 정수근, 발을 앞세운 둘의 활약에 삼성과 두산 공격의 열쇠가 쥐어져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