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뚜껑 열린 국민 · 주택 통합은행 팀장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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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 합병은행은 22일 국민은행 강국신 실장을 재무기획팀장으로 내정하는 등 96개 팀 중 4개 소팀장을 제외한 92개 팀장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임원급 인사에 이어 실무팀의 진용을 갖춘 셈이다.이번 인사는 임원급 인사에 비해 김정태 통합은행장의 인사스타일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곧 이어 나올 하위직 인사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 안배인가, 능력인가=임원급 인사에 대한 평가는 '나눠먹기'라는 지적이 많았다.

22개 본부 가운데 두 은행에서 각각 10개 본부를, 외부 영입 인사가 2개 본부장으로 발령났기 때문이다."두 은행 중 해당 본부에 더 많은 인원이 있는 쪽에 본부장을 맡겼다"고 설명했지만 같은 수의 임원 배정을 두고 앞길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김정태 통합은행장은 팀장급 인사에 대해선 자신이 간여하지 않고 본부장이 능력에 따라 재량껏 선임하되, 가능하면 본부장이 속하지 않은 쪽 사람이 팀장으로 배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능력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팀장급 인사도 임원 인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새롭게 팀장으로 발령받은 인물 중 국민은행 출신은 47명,주택은행 출신은 45명이다. 거의 비슷한 비율로 두 은행에 배분한 것이다.

인사 내용을 본 두 은행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국민은행에는 절반씩 나눈 것이 불공평하다는 반응이다.

두 은행의 덩치가 63대 37 수준인데 이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본점의 간판 격인 재무기획본부와 전략기획본부의 경우 6석과 4석의 팀장자리 가운데 국민은행이 4석과 3석을 차지해야 할텐데 반반씩으로 결정됐다"며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처음 인사 안에는 조직이 적은 주택은행쪽 팀장이 더 많았다'고 알려졌다며 직원들이 수군대고 있다.

주택은행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나치게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한 주택은행 관계자는 "주택기금과 복권 등 사실상 국민은행에서 차지할 수 없는 5개 팀을 제외하면 47대 40의 비율"이라며 "국민은행측의 지나친 요구로 우리가 역피해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 과도기 체제=통합은행측은 이번 인사가 과도기적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 정기주총 때 큰 인사를 하고, 지금은 우선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해 정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팀장급 관계자는 "지금 뭐라고 평가하기는 이르고 실질적인 김정태식 인사는 내년 3월에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지금과 같은 50대50으로 안배하는 인사가 계속된다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을 만들 당시 50대50의 인사원칙에서 탈피하지 못해 능력있는 인사를 쓰지 못하고 노조도 두개가 생기는 등 실패한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차례의 인사에 대한 은행 안팎의 시선을 의식한 은행측은 새 팀장 내정자를 대상으로 23, 24일 워크숍을 한다. 두 은행의 조직문화 연구와 새 조직의 정착방안 모색이 주제다.

한편 국민은행 노조는 "이번 인사는 국민은행을 사실상 해체하는 것"이라며 수도권 조합원이 본점에 집결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계는 이번주로 예정된 하위직 인사를 비롯한 나머지 통합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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