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체면보다 일하려는 자세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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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대 한경혜(소비자아동학부 교수·사진)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장은 재취업을 준비하는 베이비붐 세대에 대해 “처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의미 있는 사회구성원이 되겠다는 마음을 갖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누구나 인생 2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다. 재취업을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전 직장에서 받던 금전적·사회적 대우가 연속되길 바라는 건 무리다. 눈높이 조정이 필요하다. 보수나 체면에 집착해선 안 된다. 자신만의 경험과 기술, 지식 등 강점을 살려 생산적인 일을 계속하겠다는 자세가 우선이다. 봉사활동도 생산적인 일로 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은퇴 고령자 정책에 대해 평가해 달라.

 “지금의 재취업 정책은 저소득·저학력·빈곤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령자들이 저마다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생산적 정책이 요구된다.”

 - 그래도 고령자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건 생활비 등 재정 문제일 것 같다.

 “그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실제 은퇴는 재정적인 변화만 가져오는 게 아니다. 평일엔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에 쉬던 일상의 리듬이 깨진다. 따라서 하루를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지와 같은 ‘일상의 재구조화’ 작업이 필요하다.”

 -은퇴에 앞서 돈 문제 말고도 고민해야 할 게 많을 텐데.

 “개인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지탱해 주던 게 직업이었던 만큼 퇴직 후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가족 및 사회적 관계도 달라지기 때문에 심리적인 대비 또한 해 둬야 한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준비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100점 만점에 62점이라고 볼 수 있다. 재무·건강·심리·사회적 요소들을 포괄해 최근 개발한 ‘통합은퇴준비지수’를 적용해 1955~63년생 3700여 명을 조사한 결과다. 특히 재무 관련 은퇴준비도가 53점으로 가장 낮았다.”

 -은퇴 뒤 생활자금 마련에 너무 집착하다가 화를 부르기도 하는데.

 “그렇다. 조급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적은 소득이라도 오래 얻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고 스스로 만들어 나가기도 해야 한다. 또 자식을 위해선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자세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심리적 요소도 중요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자.”

특별 취재팀= 김광기.김동호.최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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