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승엽 "해외진출설 부담 날렸죠"

중앙일보

입력

"어제 홈런 하나 치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21일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대구구장에서 타격 훈련을 하다 더그아웃에 돌아온 '라이언 킹' 이승엽(25.삼성)은 한결 여유로웠다.

"사실 1차전 전날 잠을 거의 못 잤어요. 한국시리즈는 처음이잖아요. 게다가 요즘 저를 두고 말들도 많아서…."

1차전 이승엽의 솔로 홈런은 팀으로서나 개인적으로나 큰 의미가 있는 홈런이었다. 3-0으로 앞서가다 3-4로 뒤진 5회말, 자칫하면 삼성이 무너질 듯한 상황에서 이승엽은 두산 선발 빅터 콜의 가운데 낮은 공을 그대로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1백35m짜리 대형 홈런포로 경기장 분위기를 일순간에 삼성쪽으로 돌렸다.

두산 김인식 감독도 "준플레이오프 1차전 때 우즈의 동점 홈런을 발판으로 우리가 이길 수 있었듯 이승엽에게 동점 홈런을 내준 게 가장 뼈아팠다"고 토로했다.

메이저리그의 신분조회 요청과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진출설 등 최근 잇따라 터진 이승엽의 해외진출 전망 소식도 그로서는 '악재'였다.

"좀 못 해 보세요.해외진출을 앞두고 부담감 때문에 타격이 엉망이라고 비난이 엄청났을 거예요."

그리고는 이승엽은 목소리를 다소 높였다."저는 (다른 사람들이)생각하는 것보다 큰 경기에 강한 편이에요."

따지고 보면 '스타는 큰 경기에 약하다'는 속설은 그와 거리가 있다. 1999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그는 네개의 홈런을 쏘아올려 정규시즌 54개의 홈런 행진을 이어간 바 있다.

올해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그가 포스트시즌에서 터뜨린 홈런은 모두 8개다. 역대 포스트시즌 개인 최다홈런 3위의 기록이다. 또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의 '괴물 투수' 마쓰자카를 무너뜨린 것도 이승엽이지 않았는가.

"제발 그냥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전 한국시리즈 우승 말고 아무것도 생각 안 합니다. 그 다음에 다른 얘기를 해도 시간은 충분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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