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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해외 밀수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8일 검찰은 건국이래 최대 규모의 국보급 문화재 밀수출 사건을 적발하여 그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그 내용은 선적 직전에 압류된 문화재가 근 1천여점에 달하며 그 가격은 이것을 정확히 산출하기조차 곤란하나 적어도 4천여 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 추산되어있다. 주범 3명은 이미 구속되어 조사를 받고있다고 하나 문제는 범인의 체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성질의 범죄가 오늘날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데 있는 것이다.
첫째로 이 사건은 우리 국민들이 지금 건전한 충고방식을 이탈하고 있다는 것을 징표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나친 배금주의가 축재를 위하여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일종의 파괴적인 생각을 낳고있는 것 같다. 과거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사치품이 일본으로부터 밀수입된 사건이 얼마든지 있었다. 이것도 금전을 위한 망국적 소행임은 틀림없으나 밀수출과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문화재라는 것은 우리 민족의 얼이 결정된 자랑스러운 국가의 보배이다. 이것들은 우리 민족의 전통과 문화와 자부심을 상징할 수 있는 빛나는 증거물들이다. 그러므로 그것이 누구의 소유에 속하든 간에 아무도 이것을 멸실 시키거나 해외로 유출시킬 권한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민족에 귀속되어있는, 그리고 영구히 우리 민족만이 보존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물건들이다. 설사 그것이 금전을 대가로 하여 소유주를 바꾸는 일이 있을 지라도 그 소유주는 이를 보관하는 책임을 지는데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귀중한 나라의 보배들을 서슴지 않고 오로지 금전 때문에 해외에 유출시키려는 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우리 국민의 머리가 지금 어떤 착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의심케 하는 바가 있다. 나라의 자랑, 민족의 자부심을 돈과 바꾸려는 심사, 이것은 오로지 처벌만을 가지고는 다스릴 수 없는 무서운 암운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의 정신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있는가, 이것이 바로 문제이다.
둘째로 이 사건은 많은 행정관리들이 타락의 저변에서 재기하기 어려운 질환에 걸려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가 생각된다. 전일 부산에서는 대일 밀수를 단속하는 공무원이 바로 그 밀수에 관련된 사건이 있었다. 이번의 문화재 밀수출에 과연 행정관리들이 관련되어있는지의 여부는 아직 판명되고 있지 않으나 적어도 이들이 직무수행의 만전을 기하지 못했다는 도의적 책임은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토록 중대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때까지 관계 관리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확실히 일종의 타락이다. 이것은 관대하게 볼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하다한 문화재들이 이미 무수히 해외로 유출되었다. 얼마 남지도 않은 우리의 문화재들이 이번 사건과 같은 식으로 계속 유출된다면 우리는 장차 우리의 후손들에게 무엇을 전해줄 수 있으며 또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을 것인가. 문화재는 나의 문화재가 아니고 우리의 문화재라는 관념을 명확히 간직해야 될 것이다. 우리는 많은 문화재들이 현재 개인의 소장에 맡겨져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이것을 어떻게 보관하느냐 하는 문제는 개인의 양심과 국민적 자각에 일임 될 수밖에 없다. 문화재 소장자, 관계공무원, 기타 모든 국민들은 문화재라는 것이 민족의 자랑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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