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시집 '구피말 새터 가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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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배 시인이 칠순을 맞아 첫번째 시집 『구피말 새터 가는 길』(문학세계사.5천원)을 펴냈다. 고희(古稀)면 아들.손자.며느리 줄줄이 따를 나이이지만 김씨의 시들은 위 시 '가을 타는 며느리'전문에서 보이듯 '부지런한 며느리'같은 새악시, 혹은 가을타는 처녀 같은 외로움.그리움으로 젊다.

천안문인협회 회원으로 천안여류시동인회 회장까지 지낸 이력이 말해주듯 향리 자연의 순환에서 일궈낸 시심이기에 세월은 항상 새롭게, 열정적으로 태어나고 있다.

잎과 꽃, 여름과 가을, 이승과 저승, 여운과 소멸, 문득과 영원 등의 대비가 그의 시를 지배하고 있지만 그 대비는 갈등이 아니라 생명들의 정갈한 흐름이다.

해서 그의 시들은 도회의 서툰 여성시에서와 같이 갈등으로 히스테릭하지 않고 모든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자신을 내어준다. 세상을 향해 영원히 팔 벌리며 동시에 안기는 바다와 같이.

"아침 햇살이 복바위 언저리에/내려왔다//오, 물비늘로 일어나는/바닷바람이여//내 70의 희로애락이/오늘 하루 가지런해졌구나//허리를 구부리고 걸어도/아주 편안한 마음//수평선까지/망망한 바다는 춤을 추고 있으니"('바다'전문). 꾸밈없이 자연에 솔직한 시는 이런 가지런한 깨달음의 영원하고 편안한 삶이라는 것을 김씨의 좋은 시들은 보여주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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