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구조조정 조기완료' 선언

중앙일보

입력

카를로스 곤 닛산(日産)자동차 사장(47.사진)이 회사 개혁 2년 만에 '구조조정 조기완료'선언을 했다.

닛산은 9월 말 중간결산 결과 반기실적으로는 사상최고 규모인 1천8백70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곤 사장은 1999년 10월 18일 3년간의 '닛산재생플랜'을 공표했었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내년초쯤 목표를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1999회계연도에 무려 6천8백44억엔의 적자를 낸 닛산이 화려하게 재기한 비결은 판매확대보다는 원가절감이다.

부품구매비용을 지난해 10% 줄인 데 이어 올해는 8%를 더 삭감했다. 내년엔 추가로 더 쥐어짜 전체적으론 2년 전에 비해 20%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 2만1천명에 달하는 대형 감원계획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만들수록 손해가 나는 것으로 평가된 공장 다섯곳도 폐쇄했다. 계열사 주식도 팔아치워 불필요한 군살을 뺐다. 부동산과 주식 판 돈은 모두 빚 갚는데 썼다.

이를 통해 지난해 1조4천억엔에 달하는 부채를 지금은 8천40억엔으로 줄였다. 원래 목표는 연말까지 8천5백억엔으로 줄이는 것인데 초과 달성한 것이다. 곤 사장은 "내년 중 이른 시기에 부채를 7천억엔으로 줄이는 데 이어 2005년 말까지는 제로로 낮추겠다"며 '무차입 경영'을 장담했다.

반면 닛산의 올해 자동차 판매대수는 2백57만대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2.3% 줄어들었다. 결국 자동차를 많이 팔아 이익을 내기보다는 집안단속으로 새는 돈을 막은 것이 더 주효한 셈이다.

곤 사장은 재무구조가 탄탄해진 뒤에는 구조조정보다는 이익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03~2005년의 차기 경영계획인 '플랜180'을 마련했다.

골자는 세계시장 판매대수를 지금보다 1백만대 더 늘리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업계 최고수준인 7~8%(현재 4~5%)로 높이는 것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후 시장이 급속히 커질 것으로 보이는 중국시장에 진출키로 했다.

그러나 닛산의 부활은 일본 재계 지도자들에게 반드시 희소식만은 아닌 듯하다. 특히 곤 사장의 구조조정에 회의를 품던 자동차업계 사장들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모두 불황인데도 유독 닛산이 큰 이익을 내자 "일본 기업인들은 그동안 뭘했나"는 비판여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비판적이던 일본 언론들도 지금은 곤 사장을 더 이상 '칼잡이'나 '장의사'로 부르지 않는다. 일본인들의 손으론 도저히 하지 못하던 화끈한 구조조정의 신화를 일군 수완에 놀라고 있을 뿐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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