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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화상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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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안녕하세요, 클릭아줌마예요.

휴대전화 다들 갖고 계시죠? 호주머니 속의 필수품, 휴대전화기가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어요. 컬러 단말기는 이미 일반화됐고, 휴대전화에 디지털 카메라가 달린 카메라폰도 인기예요.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폰, 상대방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화상전화기도 곧 선보인대요.

이에 따라 우리 생활도 많이 달라지고 있어요. 카메라폰으로 찍은 디지털 사진을 주고받는 것도 일상화됐어요. 화상 시대가 활짝 열린 거지요. 인터넷 전화도 요즘은 카메라에 비친 얼굴을 보면서 하는 시대잖아요. 화상 시대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알아봤어요.

L사 윤용섭(가명.41.기획실)부장에게는 PC에 달려 있는 화상카메라가 가족과 자신을 연결해 주는 끈이다. 그는 '기러기' 아빠다. 지난해 7월 아내와 두 딸을 캐나다 밴쿠버로 유학 보내고 혼자 남았다. 가족과 함께 살던 대치동 아파트를 전세로 내주고, 역삼동 오피스텔로 옮겼다.

하지만 퇴근 후 오피스텔에 들어가는 게 싫었다.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 빈 집. 아내와 아이들이 그리웠지만 전화통화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자연히 직장 동료나 대학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다.

술집 출입이 잦아졌다. 거의 일주일 내내 술에 파묻혀 살았다. 만취해 집을 찾지 못해 고생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던 그의 생활이 올해부터 확 바뀌었다.

벤처기업에 다니는 친구의 도움으로 PC에 화상카메라를 설치해 인터넷 화상 메신저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PC 앞에 앉아 언제든지 태평양 건너에 있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재미가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딸이 그린 그림과 성적표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보고 칭찬해 주기도 한다. 윤부장은 "퇴근 후 컴퓨터 앞에 앉아 가족들과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즐거움으로 산다"며 영상시대를 만끽하고 있다.


#화상 진료-모니터·키보드만 있으면 병원


#가족 사진-폰카로 언제 어디서나 찰칵

대학생 김석민(가명.21)군에게는 휴대전화에 달린 카메라가 친구들과 대화하는 도구다. MT에서의 기념촬영도 휴대전화로 한다. 이 화상 파일을 PC에 담아 동아리 선.후배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낸다.

친구들과 학교 앞 선술집에서 맥주 한 잔 하다 유쾌한 기분으로 서로의 모습을 찍을 때도 휴대전화를 꺼낸다. 그의 욕심은 빨리 여자친구를 사귀어 친구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 보관하는 것이다.

그는 "좋아하는 모습을 찍어 보관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게 아니냐"며 영상시대 젊은이의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디지털 기기에 '눈(目)'역할을 하는 카메라가 달리는 시대다. 이 눈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보이는 것을 바로 촬영하고, 온라인을 통해 즉각 유포한다.

몇 마디.몇 문장의 글보다 더 강하고 빠르게 의미가 전달된다. 글이 주는 깊은 사색과 말이 전달하는 친근한 설명이 담길 틈이 없다. 눈으로 인식되는 분명하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이 시대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카메라 복합기를 원한다=시장은 영상시대의 이런 추세를 따라간다. 디지털 시대에 영상 이미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디지털 기기의 생명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 PC를 구입하면 화상카메라가 딸려오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다.

서울 용산상가 PC월드의 송일석 사장은 "일주일에 10대쯤의 PC가 팔리는데 이 중 세 대는 화상카메라가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별도로 화상카메라를 구입해 활용하는 사용자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PC를 살 때부터 화상카메라가 장착된 것을 원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디지털 카메라가 내장된 카메라폰(★)을 출시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시장조사 결과는 휴대전화가 단순히 전화를 걸고 받는 기능에서 더 나아가 보고 즐기는 오락기기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화기+오락기기의 개념에 맞춰 나온 제품이 디지털 카메라가 장착된 카메라폰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상반기 35만대 판매에 그쳤지만 하반기 이후 급속히 보급돼 지난해 총 1백20만대가 팔렸다. 삼성전자는 동영상을 20분 정도 녹화할 수 있는 캠코더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도 곧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도 주력 제품을 화상카메라가 장착된 카메라폰으로 정했다. 이 회사 김병탁 과장은 "시장을 개척하려는 업체의 의지와 톡톡 튀는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기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카메라폰 보급 국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화인 다이얼패드를 서비스하는 새롬기술의 박준호 팀장은 이 같은 흐름을 "기술과 욕구의 결합"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얼패드의 현 가입자는 무료 6백50만명, 유료 30만명이다. 이가운데 20~30%는 화상 인터넷전화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팀장은 "영상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기술의 발전이 시각적 감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욕구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낸 셈"이라고 강조했다.

◇가정에서도 화상복합기가 뜬다=LG전자가 지난해 1백여 가구에 시범적으로 보급한 '인터넷 디지털 디오스' 냉장고에는 모니터가 달려 있다. 이 모니터를 통해 인터넷 접속은 물론 화상통화도 할 수 있다.

냉장고에 카메라와 모니터를 장착했다. 냉장고는 바깥에 나가 있는 남편이나 아이들과의 대화 통로다. 이 제품을 써 본 주부들의 반응 중 하나가 "세상과 대화하는 작은 눈을 가진 것 같다"였다.

기존 부엌은 주부가 홀로 식구들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는 조용한 곳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바깥 세상과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는 떠들썩한 공간으로 변할 전망이다. LG는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이 제품을 출시했고,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눈이 달린 청소기도 등장했다. 인터넷으로 제어되는 눈은 장애물을 피하고 가정 내부를 감시하는 보안관의 역할도 한다.

삼성전자 맹윤재 부장은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급속히 진행되는 홈네트워크의 핵심은 가전제품에 '보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화상복합기의 보급은 대세"라고 강조했다. 활자 기록보다는 영상 기록이 뇌리에 깊게 남는 시대에 영상 기능으로 무장한 디지털 기기가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김종윤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sskim@joongang.co.kr>

★ 카메라폰으로 찍은 사진은 일반 디지털카메라 사진보다 화질이 떨어져요.이는 사진의 품질을 결정하는 화소가 아직은 30만화소급에 불과하기 때문이지요.카메라폰으로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로 전송하는 것도 지금은 불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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