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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딱합니다…현대판 「조리돌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조리돌림」이란 말이 있다. 사전에 보면 「큰 죄를 지은 사람을 징계하여 벌을 주느라고 길로 끌고 돌아다니면서 망신을 당하게 한다」라고 설명되어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조 초기부터 「조리돌림」이라는 전제군주하의 형벌민속이 성행했다. 도둑이나 파렴치범, 불효자식 등의 손을 밧줄로 묶고 등에는 주소·성명·죄상이 적힌 팻말을 달아 거리를 나돌림으로써 다시는 그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민들을 경각 시키고 권선징악 사상을 높이자는 게 그 목적이다.
이 「조리돌림」은 관에서 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동네어른들의 결정으로 부도덕한 자를 조리돌림 하였다. 징계방법은 이 외에도 「둥우리」라는 제도가 있었다.
죄인을 맷방석에 묶어 싣고 동네 밖으로 내버리면 임금이 이 소문을 듣고 직접 형벌을 내리는 것이다. 이밖에도 애교 있는 것은 오줌싸개 어린이들에게 머리에 키를 씌워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소금을 얻게 하여 다시는 오줌을 못 싸게 하는 그것이다.
왜 이런 장황한 말이 나오게된고 하면 9일 경찰은 요즘 말썽이 되고 있는 「소매치기」단의 피의자 5명에게 「소매치기두목×××」란 큼직한 명찰을 목에 달아 가지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현장검증을 하였다는데서 새삼 복고「무드」에 젖은 느낌이 든 때문이다.
「괘씸한 자」들인 것은 틀림없으나 이러다가는 「곤장」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앞서기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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