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텔 · IBM 등 3분기 실적 예상보다 웃돌아

중앙일보

입력

기술주들의 상승 행진(랠리)이 예사롭지 않다. 인텔과 IBM 등 간판 기술주들의 3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을 웃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1년6개월동안 기술주의 주가 낙폭이 워낙 커 반등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동원증권의 온기선 이사는 "미국 테러사태 이후 한.미 기술주의 반등 폭은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날개 단 기술주=삼성전자가 5일.2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16만원대를 회복했고, SK텔레콤은 24만원까지 올라 지난 2월 이후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의 KTF도 3만3천7백원으로 연초 대비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대표적 기술주 가운데 삼성전자만 미 테러전 주가(18만7천원)를 회복하지 못했을 뿐 나머지는 대부분 테러 후유증에서 벗어났다.

기술주를 대표하는 미 나스닥지수도 연일 오름세를 이어가며 1722.07을 기록해 테러전 지수(1695.38)를 넘어 섰다.

특히 세계 반도체주의 나침반인 인텔과 대표적인 블루칩으로 꼽히는 IBM이 3분기 실적을 내세워 미국 기술주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

또 GE.야후의 실적도 시장의 기대를 만족시켰고 통신장비 업종의 주니퍼 네트웍스는 기대 이상의 실적으로 시장 우려를 잠재웠다.

◇ 반등의 성격=아직은 기술적 반등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교보증권의 김석중 이사는 "한국과 미국 기술주들의 펀드멘털(기초여건)에는 아직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테러 사태 이후 애널리스트들이 기술주 실적 전망을 워낙 낮춰놓은 상황이어서 3분기 실적 달성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기술주들의 실적이 매수세를 유발하더라도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발표될 거시경제지표가 워낙 나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랠리는 단기간에 꺾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이미 낮아진데다 시각도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굿모닝증권의 이근모 전무는 "기술주를 매입하는 투자자들은 현재의 실적보다 내년의 실적 호전을 기대하고 있다"며 "가격메리트가 여전해 랠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 외국인 순매수=국내 기술주의 반등에는 외국인 매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1백30만주(2천억원) 사들인 것을 비롯해 ▶SK텔레콤 60만주(1천3백억원)▶KTF 2백10만주(6백50억원)▶삼성전기 2백10만주(5백60억원)▶대덕전자 1백80만주(1백70억원) 등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전체 순매수 금액(8천억원) 가운데 60% 이상을 기술주에 쏟아부은 셈이다.

외국인들의 기술주 매수는 발빠른 순환매 양상을 보이고 있다.

테러 사태 직후에는 안정적인 내수주로 주목받은 이동통신 서비스주를 집중 매수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휴대폰 단말기주(텔슨전자.세원텔레콤), 휴대폰 부품주(삼성전기.대덕전자), 반도체주(삼성전자) 등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또 외국인들은 이동통신 서비스주 가운데서도 SK텔레콤→LG텔레콤→KTF→SK텔레콤 등의 순으로 매수 타킷을 바꾸고 있다.

이철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