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운명의'외나무'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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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대金.

언젠가 이뤄질 것이라 예상했으나 외나무 다리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30년이 넘도록 절친한 선후배로 이어온 '맹장' 김응룡(60)감독과 '덕장' 김인식(54)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는 처음으로 맞대결한다.

둘의 첫 인연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한일은행에서 국내 최고의 거포로 명성을 날리던 4번타자 김응룡의 5년 후배로 투수 김인식이 한일은행에 입단하며 둘은 한솥밥을 먹었다.김응룡 감독은 "의리가 있었고 공을 예쁘게 던질 줄 아는 후배였다"고 회고했다.

두번째 인연은 김인식 감독이 86년 '실업자'로 전락했을 때다.동국대 감독에서 물러나 잠시 야구판을 떠나 있던 김인식 감독을 당시 해태 감독으로 있던 김응룡 감독이 불러 수석코치로 임명했다.둘은 호흡을 척척 맞춰가며 86년부터 한국시리즈 4연패라는 해태의 황금시절을 구가했다.

당시 유명한 일화가 있다.'독불장군'으로 모든 권한을 장악했던 김응룡 감독은 숙소 응접실에 하나 있는 텔레비전의 채널권도 독점했다.당연히 후배 코치들은 불만이 있었지만 아무도 '감히' 말을 못건넸고 김인식 코치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래서 김인식 코치가 마지못해 응접실에 나와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면 김응룡 감독도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김응룡 감독도 김인식 코치에게만큼은 함부로 대하지 못했던 것이다.

둘의 세번째 만남은 지난해 시드니 올림픽 때였다.김응룡은 감독,김인식은 투수코치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동메달을 따내는 호성적을 올렸다.당시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김기태는 "김응룡 감독은 엄부(嚴父)처럼 선수들을 독려하면 김인식 감독은 자모(慈母)같이 다독여주었다.보기좋은 궁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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