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부동산 경기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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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다른 업종보다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들었던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는 분위기로 돌아서자 경기 향방에 관심들이 쏠려있다.

초저금리 시대엔 그래도 부동산이 낫다고 믿었던 투자자들로선 시장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안하기까지 할 것이다.

투자를 준비 중인 사람은 그렇다 치고 이미 부동산에 많은 돈을 묻어 둔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 얘기만 나와도 가슴이 철렁할 게다.

그렇다면 부동산 경기는 어떻게 될까.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변이 없는 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흘러 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강하다.

문제는 저금리에 불만을 품은 금융권의 저축성 예금이 얼마나 빠져나올 것이냐는 점이다.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보면 지금까지는 별다른 변동은 없다. 8월말 현재 증시 고객예탁금은 오히려 지난해 말보다 1조5천여억원이 늘었다.

그래서 올들어 크게 증가한 가계대출 자금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선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8월말 기준 가계대출금은 총 22조7천억원이며, 이중 부동산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주택담보 대출금은 18조원이나 된다.

같은 기간 동안 전국의 아파트.오피스텔.상가.주상복합을 포함한 주거.상업용 건물의 건축허가면적은 약 1천3백만평이며, 이를 분양대금으로 환산하면 분양가를 평당 평균 5백만원으로 잡을 경우 65조원이 된다.

이 중에서 올해 계약금(10%)만 납부했다고 쳐도 6조5천억원이 신규 분양분에 투자된 셈이다. 이는 올해 9차까지의 서울시 동시분양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가 6백80여만원인 점을 감안하고, 지방 아파트 4백만원선, 상가.오피스텔.원룸 등은 평균 5백만원선으로 보고 추산한 것이어서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부동산 투자규모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분양분의 중도금.계약금 등과 중고 주택 및 토지 매매 대금 등 기존 부동산 시장의 자금은 신규 분양분의 2배 이상 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부동산 자금이 이처럼 풍성한데 왜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것일까. 공급 과잉에 따른 저금리 약발이 다소 떨어진 점도 없지 않지만 무엇보다 국가경제 침체 분위기가 장세를 약화시킨 게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가 안 좋은데 부동산 시장이라고 온전할리 만무하다. 경기가 죽으면 그만큼 수요가 줄면서 수익률도 떨어지게 되므로 추이를 지켜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다른 분야에 비해 여건이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엄청 대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건설교통부의 소형 주택 공급 의무제 부활로 재건축 열기가 예전같지 않겠지만 헌 아파트 철거에 따른 전세수요는 부동산 시장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물량임에는 틀림없다.

최영진 부동산 전문위원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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