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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어떻게 달라지나 - 복지·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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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생애주기별 복지’ 어떻게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정책은 ‘생애주기별 복지’로 요약된다. 출생부터 노인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복지 수당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중산층 70%를 복원하고 복지가 안전망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생애주기별 복지는 박 당선인이 지난해 말 사회보장기본법을 개정하면서 그 안에 담아 4월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이를 다듬어 이번 대선에 내놨다. 무상보육·기초연금·중증질환 100% 보장 등 계층 구분 없는 보편적 복지와 기초수급자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장애등급제 폐지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복지가 섞여 있다.

 그러나 일부 공약은 정부 방침과 차이가 나고 상당수는 예산이 많이 들어 임기 내 시행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 당선인은 “0~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해 왔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여기에 필요한 6779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는 ‘0~2세는 가정 양육, 3~5세는 어린이집 보육’ 원칙을 내세워 무상보육 정책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소득하위 70%까지만 지원하고 상위 30%는 10만~20만원의 보육료를 부담하고, 전업주부는 반일(半日)만 지원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반대)방침은 불변”이라면서도 “앞으로 더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선인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박 당선인이 애착을 갖는 정책이 기초연금이다. 노인 66%에게만 지급(월 9만4600원)하는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으로 올려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2007년 연금개혁 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추진했으나 막대한 재정 때문에 기초노령연금으로 완화됐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박 당선인은 2007년부터 기초연금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한다. 내년에 기초노령연금법을 바꿔 2014년 시행된다. 올해 기초노령연금에는 4조원이 들어가고 있는데 기초연금으로 바뀌면 최소한 7조원, 최대 13조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추정돼 재원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은 25일 서울 창신동 쪽방촌을 방문해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선 국가가 비급여로 100% 부담해 병원비 걱정 안 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당선인의 구상은 투 트랙이다. 암·심장병·중풍·희귀병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건강보험이 전액 부담하고, 다른 쪽으로는 소득에 따라 건보 적용 진료비 부담을 연간 50만~500만원으로 10단계(지금은 3단계)로 쪼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4대 중증질환은 현재 건보가 70% 부담하는데 비급여(건보 미적용 진료)를 단계적으로 흡수해 2016년 100%를 보장한다. 전문가들은 4대 중병만 보장하는 것은 보편적 혜택이라는 건강보험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또 ‘100% 보장’은 무료라는 뜻인데 이럴 경우 최소한 50% 이상 의료이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박 당선인은 4대 중증질환을 포함해 모든 질병 진료비의 80%(지금은 63%)를 건보가 보장하도록 끌어올리기로 했다.

 연세대 정형선(보건행정) 교수는 “건보 보장률을 63%에서 80%로 끌어올리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향후 5년 동안 복지재정을 의료 분야에만 쓸 수 없지 않으냐”며 “아무리 투자해도 70%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행복 교육’ 넘어야 할 산은

박근혜 당선인의 교육정책 핵심은 학생 부담 완화다. 초·중·고교생들이 과도한 입시 압박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며 재능과 끼를 찾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당선인은 대입 전형을 간소화하고 선행학습 금지를 법제화하며,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정책이 실현되려면 교육현장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 당선인은 현재 종류만 3000개가 넘는 ‘난수표 대입 전형’부터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수시는 학생부와 논술, 정시는 수능 위주로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교육 공약을 입안한 행복교육추진단 김재춘(영남대 교수) 위원은 26일 “학생부·논술·수능 세 가지 중 하나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대입 전형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학들은 학생 선발권이 침해될 것을 우려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전형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면 대학더러 과거처럼 줄 세우기 식으로 학생을 뽑으라는 것밖에 더 되느냐”며 “대학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른 만큼 대학 자율이 보장돼야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초·중·고교생의 선행학습 억제에도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중·고교 시험과 대입에서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내용의 문제 출제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집에 반영했다. 대선 후보 토론에선 “선행학습 금지를 법제화하겠다”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교육학자들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제화의 사교육 억제 효과는 매우 약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는 “선행학습과 예습을 어떻게 구분할지, 기준을 정하는 것조차 힘들다”며 “선행학습은 주로 사교육에서 이뤄지는데 이를 금지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대입에서 수능과 논술이 강화되면 사교육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에 대해서도 교원단체들은 난색을 표한다. 박 당선인은 교육공약을 통해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는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독서·예체능·직업체험 등의 교육을 강화해 진로 탐색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문용린 신임 서울교육감의 ‘중1 시험 폐지’ 공약과 비슷하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학교 현장의 준비가 아직 안 돼 있는 데다 학력 저하까지 우려되는 만큼 현재로선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또 2014년까지 실질적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고 2017년에는 고교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하는 등 교육복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정책은 재원 마련이 관건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은 액면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소득 하위 80%의 대학생들에게 국가와 대학이 장학금을 제공해 등록금을 100~25%까지 감면해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부 4조원, 대학 3조원 등 연간 7조원이 필요하다. 박 당선인은 고등교육예산을 현재의 7조원 규모에서 3조원 더 늘리겠다는 구상이지만 이것만으론 재원이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이와 별도로 고교 무상교육엔 연간 2조6000억원이 소요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도 무상보육·급식 확대 때문에 교육 예산이 매년 늘고 있는데 반값등록금과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별도 예산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만·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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