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아프리카」의 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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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월남전 협상 타진 차 「하노이」로 가는 길에 북평에 들렀다가 졸지에 대통령자리를 빼앗긴 「응크루머」전 「가나」대통령이 「기니」대통령으로 취임했다는 3일의 「기니」순회대사의 발표는 「뉴스」가에 화제의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나라 지도자가 한나라의 최고관직에 올라앉았다는 사례는 근대정치 사상 그 짝을 볼 수 없는 박물관표본 감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응크루머」의「기니」대통령취임의 법적 근거래야 고작 낡아빠진 「가나」와 「기니」의 통합협정뿐인 것이다.
「기니」가 「프랑스」를 이탈한 1959년말 「가나」와 「기니」는 통합을 선언한바 있으며 「아크라」주재 「기니」대사가 「가나」주재 「기니」장관 격으로 각료회의에 얼굴을 내민 일이 더러 있다.
「기니」대통령이며 「마르크스」주의자인 「세쿠·투레」가 「응크루머」에게 「기니」대통령의 자리를 선뜻 내주어 위난의 친구의 체면을 세워줬다는 말도 있고 「응크루머」와 공동대통령으로 한 책상에서 집무하기로 결정했다는 등 설이 구구하나 「응크루머」가 「기니」를 발진기지로 삼아 권토중래의 꿈을 꾸고있을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겠다.
그러나 「가나」의 최근의 「쿠데타」를 제국주의자들의 사주에 의한 음모로 보고 중공과 소련의 지원을 얻어 반역자에서 구세주로 다시 부활하려는 「응크루머」의 작전은 시이를 얻지 못한 듯하다.
동병상련 격으로 대통령의 권좌를 동지의 손에 쉽사리 넘겨주었거나 같이 차지했다는 「세쿠·투레」의 우정은 청사에 길이 빛날 것이긴 하나, 어쨌든 앞으로 「응크루머」가 삼일천하를 얻을지 만년천하를 얻을지는 두고 볼만한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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