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뚝이 2012 ③ 사회] 서울대병원 릴레이 기부 불 댕긴 환경미화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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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기부 행렬이 이어져 불경기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특히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 기꺼이 주머니를 연 소시민들의 사연은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서울대병원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이연수(57·여·사진)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씨는 지난 6월 26일 남편 최종용(60)씨와 함께 불우 환자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대병원 ‘함춘 후원회’를 찾아 1000만원을 쾌척했다. 기부 동기에 대해 이씨는 24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우리 병원에 부모나 자식을 입원시켜 놓고 치료비 때문에 갈등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면서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1998년 병원 근무를 시작했고 첫 월급으로 7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매달 월급에서 생활비를 뺀 나머지를 저금했다. 그렇게 14년 동안 알뜰살뜰 모은 것이 1000만원이었다.

 이씨의 사연은 ‘나눔의 씨앗’이 됐다. 이씨의 기부 소식이 서울대병원 안에서 알려지면서 병원 교직원 사이에서 릴레이 기부가 벌어졌다. 함춘후원회 관계자는 “환경미화원으로 성실하게 살아온 이씨의 행동이 병원 내 나눔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씨는 요즘도 병원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나보다 조금 더 어려운 분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한 행동인데 주변에 너무 크게 알려져 민망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부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는 걸 많은 분이 느꼈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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