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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다 산타 오셨네~” 소외 어린이에 용기·희망 안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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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 산타원정대가 천안지역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전달할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1 수정이(가명·5·여)에게는 이번 겨울이 무척 춥게만 느껴진다.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연습할 때에도 흥이 나질 않는다. 수정이 옆에서 응원해줘야 할 엄마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엄마는 지난 9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수정이의 엄마는 고등학교 시절 변변한 학력도 없이 고아로 살아온 남편을 만나 수정이와 남동생(4)을 낳았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최근 갑작스런 마비증상으로 구급차에 실려가 받은 병명은 ‘림프구성 백혈병’. 친언니로부터 골수이식을 받았지만 병이 재발해 자식과 남편을 남겨두고 숨을 거뒀다.

 남편은 6살 때 고아원에서 나와 성냥과 껌을 팔아야 했고 청년이 돼서는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평탄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아내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은 그에게 감당할 수 없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과 살림살이를 도맡아야 하는 것도 모자라 아내에게 들어간 병원비까지 감당하게 돼 안 그래도 어려운 가정생활은 더욱 힘들어졌다. 크리스마크가 다가왔지만 아이들에게 선물은커녕 제대로 된 밥상 한 번 차려주지 못했다. 두 자매는 아직도 엄마의 죽음을 모르고 있다.

#2 초등학교에 다니는 보라(가명·12·여)양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행복한 기억이 없다. 크리스마스는 그저 추운 겨울일 뿐이다. 남들이 받는 흔한 선물 하나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보라에게 웃으면서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전부다. 보라의 부모는 보라가 7살 때 이혼했다. 보라와 여동생(10), 오빠(16)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낡은 한옥집에서 삼남매와 다른 형제를 포함해 모두 5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할아버지는 과거 목수로 일했지만 나이가 많아 현재는 구청의 공공근로 활동을 하며 번 돈으로 아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할머니는 집에서 박스 접기, 속옷 실밥 제거 등의 부업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보라의 소원은 가족들이 함께 방에 둘러 앉아 TV를 보는 것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할아버지와 할머니, 오빠, 언니, 동생들과 같이 TV를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저녁. 수정이네와 보라네 집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우리 귀염둥이들,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복장을 한 갤러리아 센터시티 산타원정대가 수정이와 보라네 집 문을 두드렸다. 직원들의 양손에는 수정이와 보라가 평소 받고 싶어했던 오리털 점퍼와 디지털TV가 들려 있었다. 선물을 받아 든 수정이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겨울에 입을 점퍼가 없어 추웠는데 동생과 함께 따뜻한 옷이 생겨 기쁘다”며 해맑게 웃었다. 보라는 “날이 추워 밖에 나가기도 힘들고 TV도 낡아 잘 켜지지도 않아 심심했는데 이제 큰 TV가 생겼다”며 탄성과 함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선물을 전달한 산타원정대는 수정이와 보라 남매들과 옹기종기 둘러 앉아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루돌프 사슴코’ ‘창밖을 보라’ 등 캐럴을 부르고 크리스마스 글씨가 새겨진 케익을 함께 먹으며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을 함께 했다. 박용수(수정이 아빠)씨는 “생활이 너무 어려워 아이들에게 변변한 옷 한 벌 사주지 못해 늘 미안했는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 따뜻한 선물을 주시니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드릴 것이 없다”며 “엄마의 죽음을 실감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려 말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지금도 크리스마스에 엄마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줄 알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수정이와 보라네 집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한 갤러리아 센터시티 봉사단은 지난 10년 동안 천안지역에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산타원정대는 갤러리아 센터시티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가 함께 만들어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이 생활고 때문에 선물을 받지 못해 자존감이 상하지 않도록 돕자’며 의견을 모았고 산타원정대를 구성, 해마다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와 갤러리아 센터시티는 올해에도 운동화, 학용품, 점퍼 등을 준비해 아이들에게(14명) 1년 동안 받고 싶어했던 선물을 전달했다.

갤러리아 센터시티는 산타원정대를 비롯해 한화그룹의 사회사업 일환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환경인식 가꾸기 프로그램인 ‘한화예술더하기’, 환경에너지 교육 프로그램인 ‘지구지킴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예술교육 서비스와 에너지·환경교육을 위해 마련한 행사다. 지난 2009년부터는 갤러리아 센터시티 고객을 대상으로 봉사단을 모집, 50명으로 구성된 고객봉사단 ‘천사회’를 만들어 천안 성정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도시락 배달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천사회는 매달 한 차례 천안지역 조손가정 아동 70명에게 특식을 지원하는 등 어린이재단과 함께 현재까지 2100여 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했다.

박정훈 갤러리아 센터시티 점장은 “처음 집을 방문했을 때 반겨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지만 이후 아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며 눈물만 흘렸다”며 “슬픔이 있는 아이들이지만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미소를 보면서 앞으로도 지역 아동을 위해 갤러리아가 사회공헌활동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은 갤러리아 센터시티를 비롯해 지역 기업과 유통업체 등과 함께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지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재단은 현재까지 천안지역 400여 명의 아이들에게 4000여 만원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지원했다.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 나눔사업팀 김경도 사회복지사는 “많은 아동에게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선물을 받지 못한 아동 수는 훨씬 많다”며 “충남지역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지원이 갈 수 있도록 주민과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의 041-578-7173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산타원정대=저소득층 가정 아동들이 평소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있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후원자들을 말한다. 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이 전국적으로 주관하는 캠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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