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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장관의 경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22일 돌연 농림부장관을 경질 발령하였다. 농어업분야의 정책상과제는 워낙 근본적인 것들이므로 그 재임기간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장관의 경질로써 괄목할만한 업적을 기대한다는 것은 도시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책기본의 설정은 장관직에 적임자를 앉힐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한 일일 것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이 나라 농정이 아직도 미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역대장관의 견식부족 아니면 정권자체의 정책빈곤에 연유되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경질된 장관만 하더라도 재임1년9개월에 전공이 농업경제였으며 행정경력 또한 10개년을 산하는 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의도하고 운영한 농업정책상의 업적은 일반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거자에게 욕을 던지는 비례가 될지 모르지만 작게는 곡가문제에서 크게는 농업경영에 이르기까지 그 번다하였던 소견의 취청과는 달리 실적에 나다난 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농공산물간의 「패리티」를 주창하여 그 제도화를 외쳤던 그는 사상 유례없는 의정의 폭락과 그 계절적인 진폭을 크게 함으로써 도매지수상의 물가안정에는 기여하였지만 농림행정가로서는 오점을 기록했다. 또는 식량증산 7개년 계획과 어업근대화 몇 개년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최고의 PR를 연타하였지만 전체적인 경제계획과의 연관이 없는 독보고창에 그쳤다.
농업생산통계를 종전의 행정통계에서 표본조사치로 바꾼 탓으로 GNP성장율을 높이는데는 다대한 기여를 하였지만 실질적인 농업생산기반의 개선에는 이렇다할 전환을 못가져 왔다.
그는 산하기관인 농협과 언제나 마찰을 일으켜 왔는가하면 하추곡의 수매량을 덮어놓고 늘린다고 하다가는 재정안정계획 운운하여 용두사미에 그쳤고 한·일 회담에 참여하여 어업규제에 과감한 타결을 짓는가하면 천하고리의 일본상업차관으로 일본어선과 어로장비를 도입하여 이 나라 어업의 근대화를 3년 안에 이룩한다는 호언도 서슴지 않았었다. 그의 손에 걸리면 안되는 일이 없는 듯 했고 되는 일도 없는 듯 했다. 위와 같은 그의 의욕과 용기 앞에는 국회의 해임결의소동도 아랑곳이 없었던 것이다.
이 뒷자리를 차지한 새 장관은 수출산품과 원료산품에 치중하여 농업생산을 늘리고 경영규모의 확대에 애쓰겠다는 신임포부를 피력했다고 들린다. 교단에서 농업경제를 강의하고 5·16 이후 계속 농정에 참여하여온 그의 열력은 전임자의 그것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총액상의 수출증가에도 불구하고 그 순가득률과 국민경제적인 부담에 관해서는 논의가 많은 만큼 농업산품의 수출증가는 의당 생각하여야 할 문제이며 또한 공업화에 수응한 원료생산의 증대도 여건변동에 즉응한 대처이기는 하다.
그러나 영세농가문제나 경영규모확대 같은 이 나라 잔업의 기본문제에 대한 확고한 해결방향의 제시가 하루빨리 있어야 할 것이다. 경지면적의 확대니 기술교도니 하는 유의 관례적이고 기사수준의 방안이 아니라 농정의 대도를 명시할 단계에 이른 것으로 생각한다. 농가고리채정리 등에서 나타났던 사회적인 관련의 홀시가 없이 전체적인 관련에서 이 나라 농업과 어업의 기본적인 개선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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