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학재(48·인천 서구강화갑·사진) 의원은 21일 일찌감치 지역구로 내려갔다. 인천시당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후보 시절 비서실장이니 ‘금의환향’한 셈이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맡아왔던 ‘비서실장 이학재’ 역할에서 물러나 오늘 이 순간부터 일체의 임명직 직책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물론 차기 정부 내각에도 참여하지 않고 국회의원 신분으로 남겠다는 얘기다.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 중 그는 ‘박 당선인’보다 ‘박 후보’란 명칭을 더 자주 썼다. 하루에 100번도 넘게 쓰던 호칭이라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임명직을 안 맡겠다고 한 이유가 뭔가.
“일명 ‘친박’이라고 하는데, 아주 가까이에서 도와드려야 하는 친박도 있고, 아주 멀리서 인재를 발탁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뒤에서도 할 일이 많다. 가까이에서, 눈에 보인다고 해야 돕는 건 아니다.”
- 계기가 있었나.
“개인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제일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 ‘친박’들이 줄줄이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제 입장은 절대로 (친박)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여태껏 호흡을 잘 맞춰왔던 분들, 그분들이 당선인을 가까이에서 돕는 건 매우 가치가 있다. 저처럼 물러서는 것보다 어쩌면 더 가치가 있다.”
-인수위가 꾸려질 텐데 어떤 사람들을 쓸까.
“박 당선인은 본인의 친소 관계에 따라 사람을 쓰지 않는다. 인재를 널리 두루 등용할 거다. 인수위는 일 중심이다. 겉으로 근사하게 보이는 사람보다는 실질적인 내용 중심이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최고의 기준이다.”
-정치쇄신과 탕평 의지를 밝히기 위해 ‘친박’ ‘영남’ 위주의 인사는 안 한다는 말도 있다.
“대통합을 한다고 인위적으로 구분하는 건 당선인 신념과 맞지 않는다. 평소에 가까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멀어져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 수도권 인사 몇 퍼센트, 영남 출신 몇 퍼센트, 호남 출신은 몇 퍼센트 하는 것도 당선인은 안 하실 거다. 당선인의 신념은 어느 지역, 어느 출신이라고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는 거다. 일부러 무슨 안배 하고 끼워 맞추듯이 하지도 않을 거고, 옳은 방법도 아니다. 이 사람이 필요하다 싶으면 지역·연고 다 무시하고 등용하실 거다.”
-비서실장으로서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아무래도 과거사와 관련해 당선인이 힘들어 하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받고… 그럴 때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 이것은 옆에서 내가 도와드릴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임명직을 맡지 않아도 당선인을 돕는 건가.
“당연하다. 지금 모두가 힘을 모아 훌륭한 대통령을 만들었고, 국민들이 선택했다. 이제 성공한 정부로 만드는 게 가까이에 있는 분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인수위에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와는 전혀 상관없이 어느 위치에서든 해야 할 일이다.”
이소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