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월남 증파 문제는 초당 외교의 원칙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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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22일에 있을 「험프리」 미 부통령의 내한을 계기로 국군의 월남 증파 여부 문제는 결정적 단계에 들어갈 것이 예측되어 있다. 그 증파 규모와 조건 등은 아직도 미정이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대체로 증파에 동의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인 것 같다.
우리는 이미 본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군의 월남 증파라는 문제가 국가의 안전 보장에 관한 중대 문제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국운을 건 건곤일척의 역사적인 일대성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중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외교 실태를 보건대, 거기에는 무엇인가 명랑치 못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있다. 외국 신문은 한국군 1개 군단의 파월이 이미 한·미 양국간에 합의된 바 있다고 대서특필로 보도하는가 하면 정부 당국은 아는바 없다고 이것을 부인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우리 정부가 국군 증파에 전적으로 불긍 한다는 것도 아니고 「조건」을 운위하면서 일절 외교 교섭의 경과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야당측이 『정부는 지금까지 국군 증파 문제에 관련한 미국과의 교섭 경위 등을 비밀에만 붙이고 있어 야당측은 당론을 결정할 수 없었다』는 불평을 토로하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하겠다.
국군의 월남 증파 문제는 이미 이것을 비밀의 장막속에 유폐해두지 않으면 아니 될 단계를 지난 것이라고 해야 될 것이다. 이미 우리 국군이 월남 현지에서 전투와 건설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은 천하공지의 사실이며, 오히려 이것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전세계에 선전해야 될 성질의 것인지도 모른다. 새삼스럽게 증파 문제를 수군수군 뒷공론할 이유는 없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모든 사실을 사실 그대로 공개하여 일반국민들의 비판을 받으며, 또 지지를 획득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른 문제라면 모르겠다. 그러나 외교문제 특히 국군의 해외 파견 문제 등에 이르러서는 이것을 정부나 여당이 비밀리에 혹은 독점적으로 처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국운을 거는 문제이며 전민족적인 문제이기 때문인 것이다. 미국이 양당 외교의 전통을 고수해 오는 것도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집권당이나 정부의 정책수립자들은 시한적인 존재이지만, 국가와 민족의 운명은 영구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적어도 외교 문제에 관한 한 노심초사하게 야당, 나아가서는 전국민과 흉금을 털어놓고 논의할 아량을 가져야 한다. 지나친 독선은 경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의 최종적인 결정은 양당 외교뿐 아니라 초당 외교에 의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 이것은 정부나 여당의 외교 정책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고 그것을 한층 더 튼튼하게 뒷받침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우리의 국군 월남 증파 여부나 그 조건의 호불호에 관하여 현세대의 전국민이 우리 차세대에게 책임을 지자는 것이다. 정부나 여당은 구태여 고절을 지킬 것을 고집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화당 일부에서는 「선행 조건보다도 증파 자체가 문제」라는 견해조차 나오고 있다. 야당 아닌 여당의 일각에서 이러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기이하지만, 문제는 이토록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문제가 중대하면 중대할수록 전국민은 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망각하지 말아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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