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캐슈미르의 뒤안길|「타슈켄트」 해열제 효력은 언제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스리나가르 (캐슈미르)=김영희 특파원】서양의 「스위스」가 평화의 상징이라면 동양의 「스위스」라는 「캐슈미르」는 그 분쟁사 20년에 화약고의 대명사가 됐다. 인도· 「파키스탄」 싸움이 「캐슈미르」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는게 사실이고 보면 「샤스트리」의 「최후」도 이 이름만의 낙토에 책임의 태반이 있는 것-. 지난해 9월 열전으로 폭발했던 인·「파」 국경 분쟁은 「타슈켄트」의 「해열제」를 먹고 당분간 소강 상태를 맞고 있지만 「캐슈미르」에 대한 인도 사람들의 사고 「캐슈미르」의 주민들의 태도, 그리고 「캐슈미르」 자체의 지리적인 조건 같은 것을 한 묶음으로 하여 논리를 전개해보면 「타슈켄트」선언 이후에도 「캐슈미르」는 철저한 「캐슈미르」로 남아 있음을 안다.
「뉴넬리」의 정가를 뒤로하고 「캐슈미르」로 가는 여객기를 타던 날 기자는 운 좋게도 「캐슈미르」주 정부 수상 「사디크」씨와 자리를 같이했다. 「캐슈미르」의 겨울철 수도「자므」까지 가는 두시간 동안 쏟아낸 「사디트」씨의 변설은 『「캐슈미르」는 협상의 대장이 될 수 없다』는 한마디로 요약됐다. 이것이 바로 인도 사람들의 「캐슈미르」관이다. 「사디크」씨는 「자므」서 내리고 비행기는 「히말라야」 준령에서 뻗어 내린 「피로판찰」 산맥을 넘었다.
「캐슈미르」의 수도 「스리나가르」까지 가려면 닿을락 말락 인·「파」 국경선을 따라 해발 9천「피트」의 「바니할」산을 넘는다.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이 「피로판찰」 산맥이 「히말라야」의 원줄기서 당돌하게도 남으로 탈락할 때 벌써 「캐슈미르」는 하나의 분쟁 지역으로 낙착됐구나 싶은 생각이 기창에 서린다. 이 「피르판찰」 산맥이 남은 봄이나 여름이고 이북은 엄동설한이다. 이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은 세상이 다르다. 「캐슈미르」 인구의 90「퍼센트」가 「모슬렘」 교도라는 사실도 그 「원비」는 「피르판찰」산맥에 있는지도 모른다.
「스리나가르」 공항서 만난 인도 군인 한사람은 「모슬렘」 교동에 「캐슈미르」 토박이였다. 인도 국방군의 제복을 입은 그는 서슴지 않고 「캐슈미르」주 정부 수상 「사디크」씨를 「뉴델리」 중앙 정부의 「노예」라고 붙렀다. 그리고 그는 「스리나가르」 시내의 형무소에 갇혀 있는 「캐슈미르」 자치론자인 「세이쿠·압둘라」 숭배론을 펼쳤다. 「파키스탄」의 선전대로 「캐슈미르」 주민 전부가 인도에 반감을 갖고 있는게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인도 측의 주장대로 「캐슈미르」 주민의 다수가 현상에 만족하고 있는게 아닌 것도 그들의 언동에서 읽을 수 있다. 일부 별장들이 있는 지역을 제외한 「스리나가르」시내에는 자극성 강한 「카리」 냄새 속에서 담요를 뒤집어쓴 주민들이 거리를 서성거리면서 집중 잃은 눈동자를 아무렇게나 굴리고 있었다. 자치열이 강한 것은 자치가 실패되면 생활 개선이 손쉬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인가고 「캐슈미르·자므」 사범대학 학생에게 물어봤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경제보다는 종교에 「액센트」를 두었다. 인도가 「캐슈미르」 문제와 종교 문제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인도 측의 이기적인 입장에서 보면 전혀 무리가 아니구나 싶다.
한때 「세이쿠·압둘라」의 주선으로 「네루」·「아유브·칸」의 「캐슈미르」 회담이 이루어지려다. 「네루」의 사망으로 유산되고 말았다.
설사 회담이 성립됐다 하더라도 승자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만성적인 증상을 드러내고 있는 「캐슈미르」 분쟁은 이제 양측의 철저한 자기 본위의 주장과 결코 양보 못할 국가 이익 때문에 해결의 여지가 없어지고 말았다.
「캐슈미르」 특히 수도 「스리나가르」는 이제 피서지로서의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고 「터번」을 두르고 무성한 수염을 기 른「시크」 교주인 모자상 「무스타파」 영감은 통탄했다.
이 고장의 불경기는 해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이야기다. 방 72개의 「느도·호텔」도 숙박객이라고는 영국 부인 한사람과 기자뿐이었다.
상점서 앉아 기다리다 못한 모자상. 양복상, 안내인 등이 줄지어 「호텔」방으로 쇄도한다. 열전은 멎었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메탄·개스」는 주민들의 생활고와 함께 쌓이고 있는 듯하다. 「타슈켄트」산의 해열제가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다.
「타슈켄트」 선언이 근본 문제를 해결해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