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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가정집으로 쓴 韓 '비운의 건물'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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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국 워싱턴DC 로건 서클 15번지에 위치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10월 매입이 완료 된 이 건물은 한국을 알리는 전시공간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올해 문화재 분야에는 뉴스가 많았다. 그중 고종이 가장 빛났다. 대한제국 초대황제 고종의 외교무대였던 미국 워싱턴 공사관을 102년 만에 한국 정부가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동안 ‘잃어버린 역사’로 불렸던 고종 통치기와 대한제국을 돌아보는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명량해전 당시 수군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총통 등 새로운 유물·유적의 발굴 소식도 가슴을 뛰게 했다. 12월 초에는 ‘아리랑’이 한국의 문화유산으로는 15번째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2012년 문화재 이슈를 인물로 돌아봤다.

 ① 고종(1852∼1919), 빛과 그늘= 미국 워싱턴에 있는 대한제국 공사관은 1891년 조선왕조가 2만5000달러에 매입했지만 1910년 단돈 5달러에 소유권을 일본에 넘겨야 했던 비운의 건물이다. 대한제국의 흔적을 지운 채 미국인의 가정집으로 사용돼 온 이 건물이 올해 102년 만에 한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2005년 저서 『살아 숨쉬는 미국역사』에서 이 문제를 처음 한국사회에 알렸던 본지 박보균 대기자를 비롯해, 관심 있는 지식인들과 미국 교민단체 등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다.

 고종이 사무공간 및 처소로 사용했던 덕수궁 석조전 동관(등록문화재 제 80호)도 3년 여 복원공사를 거쳐 100년 전의 내부 모습을 되찾았다. 내년 가을까지 마무리 공사를 마치고 ‘대한제국역사관’(가칭)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전’(내년 1월 13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의 ‘정동 1900전’(내년 1월 2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의 ‘덕혜옹주전’(내년 1월 27일까지) 등 대한제국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도 잇따랐다.

 ② 이순신(1545~98), 위대한 이름=한국사의 ‘수퍼스타’ 충무공(忠武公) 이순신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올해는 임진왜란 420주년을 맞는 해라 그 의미가 특별했다. 임란 말기 명나라 군대의 지원을 기다리던 조선 수군의 상황을 보여주는 충무공의 친필 간찰(簡札·편지)이 5월 본지 보도로 세상에 공개됐다. 『난중일기(亂中日記)』에 포함되지 않은 시기의 기록을 담고 있는 귀한 자료다.

 9월에는 1597년 명량대첩(鳴梁大捷) 당시의 전황을 담은 책 『사호집(沙湖集)』이 발견됐다. 11월에는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명량대첩 당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의 화기 소소승자총통(小小勝字銃筒) 3점이 발굴되기도 했다.

 ③ 세종대왕(1397~1450), 그리고 한글=2008년 상주에서 나온 훈민정음 해례본의 소유권과 행방을 둘러싼 논란이 올해도 계속됐다. 해례본을 훔치고 이를 은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배모(49)씨는 여전히 책의 행방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민사소송에서 소유권을 인정받은 조모(67)씨는 해례본을 찾을 경우 소유권을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만들 광화문 현판글씨를 한문으로 쓸 것인가 한글로 쓸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문제는 27일 열리는 문화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④ 신석기인, 먼 삶의 흔적=6월 강원도 고성 문암리에서는 신석기시대 한반도인이 이미 밭에서 농작물을 재배했음을 보여주는 경작(耕作) 유적이 발견됐다. 아시아 최초로 나온 신석기 시대 밭의 흔적이다. 10월에는 제주도 고산리 유적에서 국내 최고(最古)의 신석기시대 마을유적이 발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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