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현대-두산 사령탑 명예대결도 볼만

중앙일보

입력

"사인을 훔쳐보는 것은 스포츠맨십을 저버린 비열한 행위다."(김인식)

"경기에 지고 억지를 쓰는 것은 선배로서 점잖지 못하다."(김재박)

꼭 1년 전 김인식(54.두산)감독과 김재박(47.현대)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핏발이 선듯 날카롭게 맞섰다.7차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이외에도 '사인 훔쳐보기'를 둘러싼 팽팽한 대립은 두 감독의 자존심 싸움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두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났다.

김인식 감독은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를 빨리 끝내고 싶었던 것은 지난해 패한 현대와 제대로 된 경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설욕 의지를 드러냈다. 김재박 감독은 "한국시리즈 2연패가 목표일 뿐"이라며 '40대 감독' 선두주자로서의 야심을 나타냈다.

일곱살 터울인 두 감독은 사뭇 대조적인 야구 인생을 살아왔다.

김인식 감독은 현역시절 고졸 투수로 한일은행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지만 선수생명은 짧았다. 어깨 부상으로 10년도 안돼 실업 선수생활을 접었고 지도자로 돌아섰다.

1986년부터 해태 수석코치로 부임, 꼼꼼함과 예리한 투수 운영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았으나 모든 영광은 김응룡 감독에게 돌아갔을 뿐 김인식 감독은 언제나 음지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95년 당시 OB 감독으로 부임하며 첫해에 곧바로 OB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시키며 뒤늦게 야구 인생을 꽃피웠고, 올시즌까지 두산 감독으로 장수하며 '덕장'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반면 70~80년대 최고의 유격수로 화려한 현역시절을 보낸 김재박 감독은 현역 은퇴 후 곧바로 96년 현대 감독으로 초고속 발탁되며 탄탄대로의 길을 걸었다.

데뷔 첫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98년과 지난해 두차례나 한국시리즈를 제패, '포스트 김응룡'으로 손꼽히고 있다. 현역 때의 '여우'라는 별명처럼 치밀하고 예측불허의 작전을 펼쳐 '지장'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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