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 투성이 유인물 때문|개회 40분 늦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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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연초 국회인 제54회 임시 국회의 의사 일정에 따라 20일 상오에는 정 총리를 비롯한 전 정부 각료가 참석한 가운데 정책 야당을 표방하는 민중당의 정책 기조 연설이 예정 시간보다 40분이나 늦은 10시40분에 박순천 민중당 대표 최고 위원에 의해 낭독됐다.
연설은 당 실무자들의 가벼운 실수로 40분이나 늦어졌는데 그 이유로는 연설문 「프린트」를 경쟁 입찰에 붙여 염가로 만들려는 실무자들이 가난한 당의 호주머니를 걱정한 나머지 너무 헐값으로 만들려 했기 때문에 20일 아침 9시 반쯤 완성된 연설문에 오자가 너무 많았다.
따라서 실무자들이 오자를 정정하는 등 소란을 피워 본회의장의 의원들에게는 배부되지도 않았을 정도.
검정색 두루마기를 단정히 차려 입은 박순천 대표 최고 위원은 시종 억양 없는 어조와 무표정한 자세를 그대로 유지, 약 1시간30분 동안에 걸쳐 2만5천여 자에 달하는 연설문을 읽어 내리는 동안 공화당 의석은 유인물이 없어서인지 눈만 지그시 감은 의원들이 무표정하기만 하고 김종필 의원을 둘러싸고 의원들이 모였다 흩어졌다하는 산발적인 움직임.
한편 야당 의석은 연초에 정책 야당을 표방하고 호기 있게 출발했으나 「사소한 유인물 사고」로 침울한 분위기. 30여명의 야당의원들은 담배만 피워 담배 연기만 자욱. 이 가운데 황인원·정운근 의원만이 귓속말을 수근 거리며 유쾌한 표정. 유인물이 없는데다가 박 의원의 억양 없이 낭독하는 속도가 빨라서인지 또는 정책 야당의 기조 연설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인지 의석의 반응은 냉랭했고 박수는 연설이 끝날 때 한차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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