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사람들] 야구인 백인천

중앙일보

입력

한국프로야구의 유일한 4할 타자 백인천(58.전 삼성감독)씨와 골프는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다.

싱글 골퍼이기도 하지만 백감독이 1997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됐을 때 골프를 통해 건강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자신을 닮은 2세를 원하듯 백감독도 막내아들 현오(12.서울 대현초등 6년)군을 내일의 스포츠 스타로 키우고 있다. 단, 종목만큼은 야구가 아닌 골프다.

현오군은 빙상 유망주다. 지난 1월 전국남녀빙상경기대회 남자 초등부 5백m에서 44초23의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차지하는 등 대회 때마다 3위를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늦둥이 아들을 두게 된 백감독은 현오군이 어렸을 때부터 야구 방망이와 글러브를 준비했다.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대를 이은 야구인으로 키워볼 심산이었다.

그러나 현오군은 야구보다는 아버지가 즐기는 골프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다. 친구들과 야구를 하다가도 아버지를 따라 드라이빙 레인지를 찾았다. 백감독이 97년 12월 재활치료를 위해 호주에 갔을 때 현오군은 "세계적인 골퍼가 되겠다" 고 밝혔다.

아들의 뜻을 받아들인 백감독은 그러나 골프 클럽보다 스케이트를 먼저 사줬다. 야구선수가 되기 전 빙상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백감독은 먼저 아들의 기초체력을 다져주기 위해 자신이 했던 똑같은 훈련방법을 택했다.

백감독은 초·중학시절 이름을 날리던 빙상선수였다. 현오군은 아버지를 닮아 다부진 체격이다. 1m65㎝·58㎏에 발은 2백75㎜나 돼 이미 아버지(2백65㎜)를 넘어섰다.

올 여름부터 본격적인 골프 레슨을 받고 있는 현오군은 이미 드라이버샷 거리가 2백20m를 넘어 부전자전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