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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엄마 고무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산 앞 바다의 떼죽음 참사는 「가난」이 빚은 것-섬이 아닌 고립지대, 문명의 이방지대에서 되풀이되는 숙명적인 비운이었다.
삼길포 마을이 생긴 이래 최초의 참변이 라지만 이 같은 사고의 요인은 언제나 남아 갯마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바다의 노도는 때를 가리지 않는데다가 원시 사회의 갖가지 독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71가구가 사는 삼길포는 명색이 어촌-하루 60원 벌이하다 이런 참변을 당했다.
지난 한해동안에 조난 당한 어선 5백28척(익사 291명)의 경우 역시 이 같은 영세 어민이 지닌 비극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흔한 적십자 구호 금품, 각계의 위문품도 이곳에는 해당 무-. 갯마을 어민들은 시체를 앞에 놓고 어이가 없는 듯 어쩔 줄을 몰라 모두 허탈에 빠져 있다.
졸지에 엄마와 언니를 잃은 철없는 꼬마들이 바닷가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이건 우리 엄마 고무신이네…』하며 더듬더듬 찾아 가슴에 안는 모습은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어린 딸 장경숙(12)양이 뒤집힌 뱃머리에 올라앉아 엄마의 머리칼을 꽉 붙잡는 바람에 살아났다는 생환자 김정희(39)씨는 『이 마을의 생활을 보셨지요. 가난이 죄였습니다』고 한탄했다. 【김진규·송평성·백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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