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석의 할머니 "좋다,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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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16강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다가 이번에 우승해 말할 수 없이 기뻐요. "

이형택 선수가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역사적인 첫 우승을 거두는 순간 어머니 최춘자(61)씨는 목이 메었다.

둘째아들 규택(32.강원도 원주시 개운동)씨의 아파트에서 장남 경택(36)씨 등 가족과 함께 막내아들의 경기를 지켜본 최씨는 "경기 내내 조마조마했다"며 "그동안 계속 졌던 로딕 등을 차례로 물리칠 때 어느 정도 희망은 가졌지만 우승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해 이선수의 고향인 횡성군 우천면 우항리 집 안방에 누워 있던 할머니 이옥순(81)씨는 서둘러 돌아온 며느리 최씨에게서 손자의 우승 소식을 전해듣고 "좋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우승 소식을 들은 면장과 반장 등 이웃 주민 10여명은 11일 저녁 이선수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녹화된 결승 경기 장면을 보며 우승의 감격을 되새겼다.

횡성군은 시가지에 현수막 10여개를 걸어 이선수 우승을 축하했으며 이선수가 호주오픈 등 투어를 마치고 귀국해 고향을 방문할 때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열 계획이다.

강원도도 춘천시 봉의동 도청 앞 도로에 축하 현수막을 걸었다.

한편 이선수의 모교인 춘천 봉의고 학생과 교사 등 2백여명은 이날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정보관 컴퓨터실에 모여 점심도 거른 채 결승전 중계를 지켜봤다.

이들은 이선수가 페레로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우승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횡성=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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