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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미개척의 숱한 보고가…|해양|올해는 수산계의 영세성 벗어날 역사적인 전환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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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바다는 생명의 고향.
태초, 태양 「에너지」와 바닷 속의 갖가지 원소들이 결합하여 잉태한 단세포 생물은 영겁을 지나는 동한 인간에까지 진화해왔다. 인간의 바다를 정복하려는 투쟁은 그 문명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 그후 1만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도 바다는 더욱 큰 비중을 지니고 인류 앞에 「클로즈업」되고 있다. 지금껏 육상·지하에서 얻어지던 자원은 점차 말라 간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아직 달과 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인간들은 이 땅에 남아 있는 유일의 보고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땅 위에 있는 것 치고 바닷 속에 없는 것은 없다. 바닷물 1입방「킬로」속에는 60억원 어치의 금이 녹아 있고 은, 동, 철 등등 거의 모든 원소가 들어 있다. 다만 아직 채취 기술이 부족하여 경제성이 없을 뿐이다. 해저에 묻힌 그 많은 광맥은 또 하나의 선물이 되리라. 비록 오늘의 바다는 물고기와 해초를 끌어올리는 수산업에만 이용되고 있지만 지표의 70%를 점하는 바다는 그 크기 이상의 가치를 안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 과학자 대회>몇명을 보낼는지
이제 1966년. 올 여름 일본 동경에서는 사상 최대의 과학자 대회가 열린다. 4년마다 열리는 태평양과학회의 제11차 대회가 그것이다. 과학자만도 일본 이외의 2천5백명 이상이 참가하리라는 이 「매머드」 과학 회의에 우리 나라는 몇명의 과학자를 보낼 수 있을까?
이 회의는 해양물리, 해양화학, 해양생물, 해양기상, 수산 등 해양학 전반이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름에 「태평양」이란 간판이 붙어서가 아니다. 그만큼 오늘날의 과학에서 해양학이 차지하는 위치가 높기 때문이다.
동·서·남으로 바다에 이어져 있는 한국은 해양국으로서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동남쪽으로는 난류와 한류가 서로 만나는가 하면 서·남해안에 널리 퍼져 있는 대륙붕은 물고기의 좋은 주택지가 되고 있어 황금어장이 연이어 있다. 그러나 입지적 조건과는 너무도 달리 우리의 수산업과 해양학은 아직도 원시적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125만의 어업 인구에 연평균 1만원도 못되는 수입을 주고 있는 우리 수산업은 일본 (세계 2위) 「필리핀」 (세계 16위)에 이어 동남아에서는 3위, 세계에서는 19위의 어획고 (연 50만톤)를 올리고 있을 뿐이다.

<해양학과 없는 풍토>「쇼윈도」적 건설뿐
이처럼 영세성과 원시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밑바닥에 해양학의 발달이 있을 리 없다. 지난 연말 부산에 있는 국립 수산 진흥원 강당에서는 우리 나라에서는 거의 없던 유의 학술 대회가 열렸다.
「유네스코」가 주최한 해양 과학 「심포지엄」이라는 이 모임에는 국내의 해양 관계 중견 및 소장 학자들이 모여 65년부터 시작된 국제 「구로시오」 (흑조) 조사의 한국 측 조사결과와 그 밖의 연구들을 발표하고 한국 해양 학회의 설립을 위한 의견들을 나눈 것이다. 3면이 바다에 연해 있으면서 이렇다할 해양 연구소도 없던, 그 많은 대학 중에도 유독 해양학과는 없던 이 풍토에도 변화는 일고 있는가?
그것은 상아탑 속에서도 어느 어항의 갯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느낄 수 있다. 수많은 공장이 세워지고 어항 주변에 갖가지 시설이 들어서게 됐다는 얘기들 때문이다. 그러나 수산 학자들의 반응은 차다. 정부의 수산 진흥 계획은 너무나 「쇼윈도」적인 건설에만 치중됐을 뿐 연구는 더욱 질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의미를 잃은 평화선>어획고 늘어날지
우리의 수산업은 지금 역사적인 전환점에서 있다. 65년12월18일 몇 안 되는 우리 해양학자들이 부산에 모여 해양 과학과 수산 기술을 발달시켜야겠다고 기염을 토하던 그 시간에 서울에서는 한·일 관계의 최종 비준 문서가 교환되었다. 평화선이 그 의미를 잃고 공동 규제 수역이란 이름아래 드넓은 황금어장이 일본 어부들에게 개방됐다. 「울타리 없는 닭장」같은 그 수역에서 일본은 연 16만5천「톤」이상은 절대로 잡아가지 않겠노라고 문서상의 약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연 20만 내지 30만「톤」을 평화선 안에서 잡아 왔다고 공언하고 있는 그들이 이 약속을 지키리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
정부는 대일 청구권 3억불 중 1억불과 어업 협력 자금으로 얻어 오게된 9천만불을 합쳐 1억9천만불을 들일 광범위한 수산 진흥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자금을 이용한 수산 개발 8개년 계획의 반이 끝난 69년에는 어획량은 현재의 2배, 수출은 5배, 어민 수입은 2배로 늘게 될 것이라고 수산 당국은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제대로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야 수산인들의 의견이다. 『어업 자원의 최대의 지속적 생산성이 유지되어야함을 희망…』 한다는 협정 조건과는 아랑곳없이 일본 어부들이 『바다 밑에 있는 물고기의 똥까지 쓸어간다』는 기선 저인망 등으로 바다를 휩쓸고 나면 우리 연안의 어족은 점점 줄어들어 갈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결국 총 어획고의 20%를 차지하던 근해 어업은 파국을 면치 못하고 연안 어업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원양 어부 인선에도>「프리미엄」 붙어
주사위는 던져졌다. 형편없이 뒤진 수산 기술을 가진 우리의 갈 길은 어딜까? 관계자들은 양식과 원양 어업에 활로를 찾아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형 기선 저인망 어업과 「사모아」오의 참치잡이 등 원양 어업은 64년에 10%의 어획고를 보였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밝은 전망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경쟁국인 이웃 일본이 원양 어업에 참가할 선원 및 어부의 부족으로 거의 한계점에 이른 이즈음 우리 나라에서는 어부 선발에 「프리미엄」까지 붙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의 기술 얻어오는>의타 구조 버려야
20세기. -과학과 기술의 세계에서 오늘날의 어로 기술은 예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의 잠수함을 찾던 방식은 바다 속의 고기떼를 탐색하는 어군 탐지기를 낳았고 바다 속 깊이 집어 등을 켜놓아 고기떼를 모은 뒤 그 부근의 물을 「펌프」로 마구 퍼 올려 고기만 고르고 물은 버리는 고기잡이 방식도 생겼다. 어선은 대형, 고속화하여 편안히 생활할 수 있는 작은 섬처럼 되었고 각종 합성 직유로 만든 그물은 그 용도에 따라 무게, 빛깔, 유연성 등을 조절해 만들 수 있게 됐다.
우리 어업의 영세성·원시성은 어선 「톤」당 생산량을 서독 4·3「톤」, 일본 3·4「톤」에 비해 한국 2·8「톤」을 기록하게 하고 어민 1인당 생산량을 서독 64「톤」, 일본9「톤」에 비해 한국은 0·5「톤」의 격차를 보이게 하고 있다. 현대적 기술의 뒷받침 없이는 우리 어업은 언제나 이 참상을 벗지 못할 것이다. 수산 기술도 어느 분야나 다름없이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남의 기술을 얻어온다는 식만으로는 항상 의타적 산업 구조를 면치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엔 그 밑거름이 될 연구가 없다. 수산학을 비롯한 해양학 전반의 연구는 어느 분야보다도 심한 질식상을 보이고 있다. 이 방면의 전문적 기관이라면 부산 수산 대학과 수산 진흥원 정도가 있을 뿐인데도 그 활동은 극히 저조하다.
진흥원의 경우, 연구 분야 5개과에는 과마다 10명 안팎의 연구원들이 있지만 실제로 연구능력을 갖춘 사람은 3, 4명씩 밖에 안 된다. 나머지 대부분은 연구실 경력 1년 전후의 연구기원이며 그 가운데는 5급 공무원 채용 시험에 합격한 고교 졸업생까지 끼어 있는 형편이다. 공무원 월급 밖에 못 받는 그들은 2, 3년 훈련을 받으면 훨씬 보수가 나은 수산 관계 개인 회사로 가버리기 때문에 중견 연구진이 전멸 상태라는 것이다. 금년부터는 이들에게도 연구 수당이 붙게 된다. 그러나 과장 (3급 갑)이라야 겨우 5천원, 『안주는 것보다 낫긴 하겠지만 그것가지고 연구진을 확보할 수는 없다』는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처음으로 임해 연구소>연구엔 투자 안 해
연 1만원씩의 교수 연구 수당과 과별 보조금 등이 있었던 수산 대학은 형편이 낫다. 40평 넓이에 멋대로 해수를 끌어올려 이용할 수 있는 한국 최초의 임해 연구소가 해운대에 세워졌고 곧 관측선도 만들게 됐다.
삼면을 바다에 접한 나라에 임해 연구소 하나가 없다던 수치를 면하게는 됐지만 그곳을 얼마나 잘 이용하여 효과를 볼는지는 의문이다. 교수 연구 수당마저 전부 삭감된 지금 그곳 교수들에게서 연구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비, 인적 자원, 시설의 부족은 모든 연구 분야 공통의 고민이다. 바다를 연구하는 해양학 분야도 마찬가지. 국내에도 적으나마 학자가 있고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연 1만불 이상을 받고 있는 사람도 5명쯤은 있고 보면 연구비와 시설만 있으면 인적 자원은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아직 우리 바다의 깊이조차 잘 모른다. 어업 자원의 조사도 불충분하고 우리 바다에 알맞은 증·양식 방법을 연구하여 얕은 서·남해안을 얼마든지 농장화 할 여지가 있다. 연안의 농장화로 바다는 화전과도 같은 일회적 자원에서 해마다 씨를 뿌려 거두는 농장이 되는 것이다.
수산 개발 8개년 계획 가운데는 연구 지도 사업 예산으로 4백3만불 (2%)이 들어 있지만 그 내용에도 이렇다할 연구비 계정은 없다. 「오리지널」한 연구에의 투자는 없는 것이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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