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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끝) 영국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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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종이에 먹펜, 41X58㎝, 2012

런던에는 온통 석조건물뿐이어서 아주 옛날부터 그랬으리라 생각하기 쉬우나 34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가 목조건물이었습니다. 1666년 9월 2일 새벽, 왕실 빵가게에서 일어난 불은 거센 바람을 타고 시가 전체로 번집니다. 나흘간의 대화재로 시내 건물 중 85%가 넘는 1만3200채가 소실됐습니다. 교회 87곳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듯이 대화재가 크리스토퍼 렌(1632~1723)이라는 대건축가를 탄생시킵니다. 옥스퍼드대학 천문학 교수로 건축을 독학으로 배운 렌은 대화재가 일어나자 런던 재건 계획서를 국왕에게 제출합니다. 준비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습니다. 건설총감이 된 렌은 51개 교회와 그리니치 병원, 햄튼코트 궁전 신관 등 많은 건축물을 설계했는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게 세인트 폴 대성당입니다.

 돔을 올리는 고전주의 양식에 고딕 양식을 접목한 획기적 설계였습니다. 높이 111m, 정면 폭이 약 74m, 길이 156m로 세계에서 셋째로 큰 성당입니다. 본당 회중석, 수랑, 위스퍼링 갤러리, 골든 갤러리, 돔의 아름다움은 감탄을 하게 만듭니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중앙일보 연재를 끝냅니다. 2001년 시작해 다섯 가지 제목으로 만 9년간 160여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신문 연재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랍니다. 지난 9월 경주시 초대전에 중앙일보에 연재된 제 칼럼 스크랩북을 가져오셨던 여러분들에게 감격했습니다. 그동안 사랑해 주신 많은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음먹은 대로 이루시고 늘 행복하십시오.

김영택 화백[penwha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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