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추석특수' 된서리

중앙일보

입력

미국 테러사건 여파로 해외여행객이 급감한 가운데 해마다 짭짤한 `추석특수'를 누리던 여행업계도 이 때문에 된서리를 맞게 돼울상을 짓고 있다.

27일 국내 주요 여행사들에 따르면 추석연휴에도 상관없이 미국이나 유럽여행은물론이거니와 동남아나 중국, 일본 등 근거리 해외여행조차 미 테러 사태 이후 예약취소가 속출하고 있으며 신규예약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는 것. 이는 언제 미국의 보복공격이 시작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한가롭게 추석연휴를만끽하기 위해 섣불리 해외행을 택했다가 공연히 발이 묶이기 보다는 국내에서 조용한 명절을 보내자는 `안전제일주의'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명절연휴를 기해 연차휴가까지 내가며 세계각지를 누비던 `레저족'들의 외면에다 미테러 이후 급속도로 퍼진 비행기 탑승 기피증까지 겹친 것이 여행업계에는 그야말로 `업친데 덥친격'이 됐다.

이에 따라 매년 이맘때 황금시즌을 누리던 각 여행사 예약창구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한산하다 못해 썰렁할 정도이며 각 여행사마다 추석연휴를 겨냥해 내놓은 각종패키지 여행상품들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채 푸대접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 대규모 여행사의 하나인 J여행사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 추석연휴 여행예약은 70∼80%가 이미 예약을 취소한데다 신규예약 부진으로 예년 추석에 비해 수입이50%이상 감소한 상태다.

태국과 방콕 등 동남아와 중국, 일본 등을 찾는 단기여행도 빈 자리가 없어 떠나지 못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던 예년과는 달리 평균 20∼30% 정도 여행객이 감소했다.

이와 함께 추석을 맞아 성묘를 하기 위해 이민 2,3세들과 함께 고국을 찾던 고향방문단의 발길마저 뚝 떨어지면서 이 여행사의 경우 입국 예약을 마친 10개 팀 중벌써 9팀이 예약을 취소했다.

O여행사도 예년에 비해 국가별로 평균 40∼60%정도 손님이 줄어들었으며 `헛물켜기'가 되기 십상인 미주쪽 여행광고는 아예 당분간 내지 않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할 정도다.

이처럼 예약취소 사태가 잇따르자 일부 여행사들은 좌석점유를 위해 선수금조로이미 항공사에 지급해버린 계약금마저 날리게 될 처지여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S여행사의 한 직원은 "특히 미주여행 쪽의 항공사 계약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미 테러 사태가 전쟁으로 번질 경우 후유증이 언제까지 갈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초 결혼했다는 회사원 조모(28.서울 성동구 옥수동)씨는 "신혼여행을 국내로갔기 때문에 휴가연휴를 맞아 가까운 동남아여행을 계획했지만, 언제 전쟁이 날지도모르는 상황인만큼 예약을 취소했다"며 "집에서 조용히 쉴 생각"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