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폭탄 맞은 학교, 시설보수·교구재 비용 확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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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교에 전기요금 고지서가 날아올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지난해에 비해 매달 20~70% 요금이 더 나오기 때문이다. 이 학교가 올 들어 10월까지 사용한 전력은 34만㎾h로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었다. 반면 전기요금은 5600만원으로 45%나 증가했다. 교장은 “복도 형광등을 절반으로 줄이고 교사·학생에겐 내복 입기를 권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전기요금은 갈수록 증가하니 겨울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일선 학교들이 전기료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취재팀이 서울 시내 초·중·고 23곳을 확인한 결과 지난달 학교들이 낸 10월분 전기요금은 지난해에 비해 32% 많았다. 40% 이상 더 낸 학교도 10곳이다.

 가장 큰 원인은 한전의 교육용 요금 인상이다. 2009년 이후 한전은 전력 사용량에 따른 전기요금 요율을 다섯 차례 인상하면서 주택용·산업용과 함께 교육용 요금도 올렸다.

 기본요금 산정 방식도 부담을 키웠다. 종전 무더운 7~8월과 사용 당월 가운데 최대 전력 사용치를 기록한 달을 기준으로 매기던 기본요금 체계에 겨울(12~2월)을 포함시킨 것이다. 요즘은 겨울철에 전력 사용량이 더 많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난방을 전기에 의존하는 학교들로서는 겨울철에 전력 사용량이 많아 기본요금 산정에서 그만큼 불리해진 셈이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학교별 기본요금은 30%, 총요금은 19%나 올랐다.

 이처럼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면서 학교들은 시설보수비나 교육활동비를 줄여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시내 중·고교는 학급 수 등에 따라 통상 한 해 3억~5억원의 학교운영비를 받는다. 이 가운데 전기료가 14~17%를 차지한다. 전기료가 늘면 그만큼 나머지 지출을 줄여야만 하는 구조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공립중 교장은 “과학교구재 구입, 창문 틀 보수를 미루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난방 가동을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육과학기술부는 지식경제부와 한전에 교육용 요금 인상 억제를 요청해놓고 있다. 그러나 지경부 등은 현재 요금도 생산원가를 밑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일환 교과부 교육시설담당관은 “일선 학교의 냉난방비에 대한 실태조사 뒤 추가적인 예산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에선 ‘최대전력관리장치(피크제어기)’ 보급에 애쓰고 있다. 기준 이상의 전력을 쓰면 냉난방·조명을 일시 정지시켜 전력 사용량과 요금을 절약하는 장치다. 지난해 말 서울 초·중·고의 보급률은 29%다.

천인성·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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