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담합사건 왜 자꾸 발생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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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Q 국내 대기업이 한국 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담합’ 혐의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는 뉴스가 최근 자주 나옵니다. 담합 사건이 빈번한 건 왜일까요. 또 담합 기업엔 어떤 기준으로 과징금을 물리게 되나요.

A 담합, 짬짜미, 카르텔. 세 용어 모두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기 위해 협약이나 협정을 맺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정식 법률 용어로는 ‘부당한 공동 행위’라고 하죠. 한마디로 같은 종류의 제품을 파는 업체끼리 그 제품의 가격이나 물량을 서로 짜고 조절해 이익을 챙기는 것을 가리킵니다. ‘가격을 얼마로 하자’고 합의서를 작성하진 않았더라도, 경쟁 기업끼리 가격이나 경영에 관한 내부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담합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담합으로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됩니다.

 담합이 만연한 이유는 뭘까요. 우선 몇 개의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과점 구조가 한 원인입니다. 몇몇 업체만 짜면 쉽게 담합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관치경제’도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행정지도’를 하고, 업계가 이를 따르면서 자연스레 담합이 이뤄진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담합으로 인한 이익이 적발됐을 때의 처벌보다 더 크기 때문에 담합이 끊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담합이 적발되면 그 기업은 제재를 받습니다. 적지 않은 과징금을 물고, 심하면 검찰에 고발까지 될 수 있죠.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1981년 출범한 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물린 담합 사건은 2009년 액화석유가스(LPG) 담합 사건입니다. E1, SK가스 등 7개 LPG 공급회사가 판매가격을 담합해, 총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과징금 액수로 둘째인 담합 사건은 4개 정유사의 ‘주유소 나눠 먹기’ 담합(4348억원)입니다. 이어 3위는 지난해 10월 적발된 생명보험 이자율 담합(3653억원)이었습니다.

 담합 과징금은 담합과 관련해 기업이 올린 매출이 얼마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가 있죠. 따라서 관련 매출액이 크고, 담합 기간이 오래될수록 과징금은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무조건 10%를 매기는 건 아닙니다. 공정위는 우선 담합 사건의 중대성을 평가해 관련 매출액의 0.5~10%까지 기본 과징금을 정합니다. 이어 과징금을 깎아줄 사유가 있다면 이를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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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징금을 깎아주는 제도 중 대표적인 게 ‘자진 신고자 감면 제도’입니다. 흔히 ‘리니언시(leniency)’라는 용어로도 잘 알려져 있죠. 리니언시는 담합을 저지른 기업이 공정위에 “담합을 했다”고 시인하고, 담합 사실을 입증할 각종 자료를 다 내어주며 조사에 협조하면 과징금을 깎아주는 제도입니다. 가장 먼저 자진신고한 기업은 과징금을 100% 면제해주고, 두 번째 신고 기업은 50%를 깎아줍니다. 사실 담합은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그 증거를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담합 조사에 2~3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정위는 1997년부터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실제 리니언시 제도 도입 덕에 오랜 기간 적발되지 않던 장기적·만성적 담합까지 적발하게 됐다는 게 공정위 설명입니다.

또 이 제도는 담합 기업 간의 공고한 유대 관계에 금이 가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내가 자진신고를 안 하면, 다른 기업이 먼저 자진신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로 앞다투어 자진신고를 하게 되는 효과를 노리는 거죠. 물론 자진신고한 기업은 다른 기업의 원성을 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어느 기업이 자진신고를 했는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기업이 과징금 액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기도 합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행정소송으로 갔을 때 공정위가 이기는 비율은 75% 정도 된다고 합니다. 나머지 25%는 법원이 과징금을 일부 줄여주거나, 아예 과징금이 무효화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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