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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거짓 선동과 궤변은 토론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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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무릇 선거전 토론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진실에 기초해야 한다. 또한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한다면 아예 생산적인 토론은 불가능하다. 두 차례 대선 TV토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쏟아낸 주장들은 듣기 불편했다.

 우선 거짓말이 너무 많다. 이 후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멕시코를 빼고 제일 낮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포르투갈·터키·체코·폴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에스토니아·멕시코 등 8개국이다. 오히려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50%인 나라는 뉴질랜드밖에 없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주장이 사실과 부합한 반면, 이 후보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최저임금의 실상은 틀렸다. 1차 토론에서 이 후보가 목청을 높인 국회의 유통산업법 처리 과정도 잘못된 사실에서 출발했다. 오히려 “상인연합회에서도 영업시간 조정을 수용했다”는 박 후보 말이 맞는 것으로 판명 났다. 정 궁금하다면 전국상인연합회로 물어볼 일이다. 목소리만 크다고 이기는 세상이 아니다.

 이 후보는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거론하며 “헌법 위에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들을 보통 국민으로 돌려보내는 게 경제민주화”라며 “조직폭력배가 ‘착하게 살자’고 팔뚝에 문신 새긴 것과 뭐가 다른가”라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어떤 말인들 못하랴. 다만 오죽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조차 “이 후보는 재벌의 순기능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을까. 이 후보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도 문제 삼았다. 여기에 굳이 다른 반박을 달지 않겠다. 다만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자신의 블로그 글과 비교해 보라. “(북한 세습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주노동당의 판단이자 선택”이라며 “이것 때문에 비난받아야 한다면 비난받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후보는 후보 사퇴 시 26억원의 국고보조금에 대한 질문에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겠다고 (첫 토론에서) 말씀을 드렸다. 기억하셔야 해요”라며 말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이미 문 후보와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까지 대선 중도 사퇴 시 국고보조금을 전액 반환하겠다는 ‘먹튀 방지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밝힌 바 있다. 유일하게 이 후보만 남았다. 이 후보만 동의해 준다면 우리 정치권이 유례없이 만장일치로 ‘먹튀 방지법’을 만들 수 있다. 이제 남의 눈의 티끌보다 제 눈의 대들보인 국고보조금 처리부터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두 번의 대선 토론에서 속된 말로 ‘한 놈만 팬다’는 게 무슨 뜻인지 여실히 깨달았다. 독선적인 잣대로 우리 공동체를 할퀴고, 중간에 말을 자르고, 면박 주고, 스무고개식 말장난으로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지켜보았다. 우리는 다원화된 사회에선 절대적으로 옳은 주장은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 내 생각이 옳다고 하는 만큼, 상대방도 자신의 생각이 절대 옳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적인 토론은 상대방에 대한 인정에서 출발하는 매너를 갖춰야 한다. 거짓 선동과 궤변은 토론이 아니다. 지지율 1% 남짓한 통진당 이 후보의 막장 드라마에 우리 사회가 인내할 수 있는 데도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