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여고생들 “독거 노인들 위해 머플러 뜨개질 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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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복자여고 정은실 교사와 학생들이 머플러를 뜨고 있다(왼쪽). 대학생들이 2010년 지방선거투표 참여를 약속하며 공명이와 프리허그를 하는 모습. [조영회 기자]

각종 ‘데이 마케팅(Day Marketing)’이 유행한지 오래다.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라 유난히 많은 데이와 기념일이 있다.

상술의 일환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연인이나 지인들에게 기념일을 핑계 삼아 평소에 쑥스러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과 안부를 넌지시 전해보면 어떨까? 또 데이를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지난 3일. 천안 복자여고 교무실에서는 머플러(목도리) 180개가 상자에 담겨 졌다. 8일 ‘머플러데이’를 앞두고 수능이 끝난 3학년 학생 170명과 1~2학년 학생 10명이 2주 동안 뜨개질해 만든 머플러를 (사)한국뜨개질협회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머플러데이가 12월 8일인 이유는 숫자 8이 머플러 모양을 연상케 하는 동시에 두 개의 고리가 하나 되는 모양을 연상하게 해서다. 복자여고 학생들은 2008년부터 해마다 머플러데이에 맞춰 머플러를 떠 왔다. 정은실(39)교사는 “처음엔 자원봉사활동으로 유도했지만 수능이 끝난 후 어수선한 학생들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손수 뜬 목도리 외에도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보내길 바란다’는 편지를 써서 함께 동봉했다. 머플러데이는 목에 머플러를 두른 듯 ‘따뜻한 날’로 정해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평화롭고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날이다. 외롭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독거노인과 같은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머플러를 전달하는 행사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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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14일에 부여되는 갖가지 의미의 특별한 기념일은 12월 14일에 와서는 연인들을 위한 날로 마무리된다. 2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발렌타인데이를 시작으로 연인들의 사랑을 매듭짓는 데이라 할 수 있는 허그데이(Hug day), 머니데이(Money day), 양말데이는 모두 12월 14일이다. 허그데이는 추운 날 연인끼리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안아주는 날이다. 2006년 10월부터 매월 11일을 ‘프리허그 데이(Free Hug Day)’로 정하고 전국에서 연인이나 모르는 사람들을 ‘안아주기’에서 시작된 것이 유래가 됐다. 이날은 연인들이 서로 안아주며 체온과 마음을 교감하는 날이다. 외로움을 없애고 두려움을 이기게 해 주며 즐거움과 안정감을 주는 포옹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머니데이는 연인을 위해 돈 쓰는 일이 허락되며 주로 남자가 여자에게 돈을 쓰는 날을 의미한다.

14일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위하는 날이라고 하지만 외로운 솔로들에게는 이래저래 서글픈 날. 연인 대신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양말데이를 챙겨 보면 어떨까.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대비해 작게나마 마음이 담긴 양말 한 켤레씩 선물한다면 따뜻하고 훈훈한 마음이 전해질 것이다.

글=홍정선 객원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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