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비즈 칼럼

‘창의·융합형’인재 육성에 미래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윤상직
지식경제부 1차관

지난 반세기 동안 보인 한국 경제의 발전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눈부셨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고도의 압축성장을 했으며 지난해에는 무역 1조 달러 클럽에도 가입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추격형 전략(Fast Follower)을 통한 기술개발 노력과 산업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려온 기술인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기술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종 기술이 결합하고 산업 간 경계도 사라지는 융합혁명의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은 우리에게 다양한 가치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양성만이 ‘선도자(First mover)’로 거듭날 길임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이종 분야 전공자이면서 다양한 경력이 있는 ‘융합형 인재’를 채용해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개념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창의·융합형 인재의 부재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문학과 중심의 획일화된 교육체제, 산업현장 수요와 괴리된 인력양성 등으로 인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융합형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경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4월 융합연구를 촉진하고 융합형 인재 양성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인문융합창작소를 개소했 다.

 얼마 전 성공리에 개최된 ‘테크플러스 2012’ 역시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인문학·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창의적 리더’가 연사로 참여한 이번 행사는 참관객의 큰 호응을 얻으며 기술과 인문,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빚어낼 빛나는 미래상을 제시했다.

 ‘2012 산업기술주간’ 행사도 주목할 만하다. ‘융합기술시대의 인재상’이라는 주제로 열린 ‘기술인문융합포럼’은 각계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융합시대에 적합한 ‘창의융합형 인재육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간 우리는 세계 최고의 인적 자원이 있으면서도 이를 국가 경제 발전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세상이 기술과 다양한 분야의 ‘융합’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산업발전을 이끌었던 기술인이 창의융합형 인재로 거듭나고 다시 한번 주목받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13년 한국호는 새로운 선장을 맞이한다. 더 큰 희망을 품고 미래를 준비하는 다양한 정책이 마련될 것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미래 기술융합을 주도해 나갈 창조적인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추진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산학연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고 국민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준다면 지금의 기술 위기, 산업기술 인력 부재라는 현실은 글로벌 기술강국으로 거듭날 대한민국을 위한 건강한 성장통이 될 것이다.

윤 상 직 지식경제부 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