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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극장가에 〈하드볼〉 2주째 1위!

중앙일보

입력

테러 참사에 대한 미국의 보복 공격이 임박함에 따라 미국전역이 어수선했던 9월 21일부터 23일까지의 이번 주말 북미 극장가는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코미디물 〈하드볼(Hardball)〉이 806만불의 저조한 수입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다. 이같은 흥행수입은 작년 9월 중순(15일-17일) 역시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왓쳐〉가 불과 581만불의 수입으로 주말 1위를 차지한 이래로 가장 낮은 주말 흥행 수입이다.

미국 전역에서 새로 선보인 개봉작도 머라이어 캐리의 배우 데뷔작 〈글리터(Glitter)〉의 단 한편에 불과해, 뉴스와 스타들의 모금 공연 등 TV에 이미 관객들을 빼앗긴 극장가는 더욱 조용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원래는 이번 주말 〈글리터〉를 포함해 모두 세편의 영화가 미 전역에서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11일 발생했던 비극적 테러 사건의 영향으로 워너브러더즈 사가 댄젤 워싱턴 주연의 〈트레이닝 데이(Training Day)〉의 개봉일을 10월로 연기하였고, 디즈니 산하 뷰에나 비스타 사는 휴대용 폭탄이 등장하는 배리 소넨필드 감독의 폭소물 〈빅 트러블(Big Trouble)〉의 개봉을 아예 내년 봄으로 연기해 버린 까닭에 PG-13 등급을 받은 〈글리터〉만이 유일한 신작으로 개봉한 것이다. 하지만 〈글리터〉 마저 평론가들로부터 최악의 혹평을 받으며 241만불의 수입으로 11위에 그쳐 10위권 진입에도 실패하자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새로운 얼굴이 하나도 없는 주말로 기록되게 되었다.

뉴 페이스가 없는 가운데 급격한 순위 상승을 이룬 영화는 니콜 키드만 주연의 스릴러물 〈디 아더즈(The Others)〉였다. 이번 주말동안 〈디 아더즈〉는 지난 주말 수입인 457만불보다 오히려 상승한 508만불의 수입을 기록하였는데, 순위에서도 지난 주말 5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개봉후 지금까지 45일 동안 총수입 8,008만불을 기록하고 있는 이 영화는 적어도 1억불에 육박하는 최종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주말 2위로 개봉했던 10대용 스릴러물 〈글래스 하우스(The Glass House)〉는 441만불의 수입을 올리며 3위에 랭크되었고, 〈삼총사〉의 홍콩액션 버전 〈머스키티어(The Musketeer)〉가 355만불의 수입으로 4위를 차지하였다.

개봉 8주째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머무르며 정말이지 식을 줄 모르는 흥행열기를 과시하고 있는 성룡-크리스 터커 콤비의 〈러쉬 아워 2〉는 이번 주말에도 352만불의 수입을 추가하며 지난 주말보다 한 계단 상승한 5위를 기록하였다. 이번 주말까지 〈러쉬 아워 2〉가 벌어들인 총수입 2억 1,562만불은, 〈미션 임파서블 2〉(2억 1,541만불)와 〈백 투 더 퓨처〉(2억 1,061만불)를 앞지른 역대 북미 흥행 순위 29위의 성적이다.

2주 전 선보였던 로맨틱 코메디물 〈투 캔 플레이 게임(Two Can Play That Game)〉과, ZAZ 사단 출신의 제리 주커 감독이 연출한 버라이어티 코메디물 〈랫 레이스(Rat Race)〉는 각각 321만불과 294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여 도토리 키재기식으로 6위와 7위에 랭크되었다.

이번 주말동안 흥행 12위권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4,352만불이었는데, 이는 지난 주말(5,219만불)에 비해서 16.6%가 감소한 성적일 뿐 아니라, 올림픽 중계에 관객을 빼았겨 〈캠퍼스 레젠드 2〉와 〈엑소시스트〉가 각각 851만불과 816만불의 저조한 수입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작년의 같은 기간(4,746만불)과 비교할 때도 8.3%나 감소한 형편없는 성적이다.

이번 주말 유일한 개봉작으로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참패를 당한 〈글리터(Glitter)〉는 팝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의 현재까지를 반자전적으로 구성한 로맨틱 뮤지컬 드라마이다.

850만불에 〈글리터〉의 북미 배급권을 사들였던 20세기 폭스사의 배급 대표 브루스 스나이더는 이 영화의 흥행부진에 대해 "다소 실망스럽다."고 짧게 평하며 "혹평과 좋지 않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400만불은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는 머라이어 캐리를 그대로 투영한 극중 주인공 빌리 프랭크(캐리)가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이겨내고 진정한 팝스타로 성공하기까지의 고난과 최선의 노력을 그려내고 있는데, 실제로 캐리는 이 영화의 실질적인 음악 작곡을 담당하여 그녀의 과거를 투영해 내고 있다. 동명의 사운드트랙 앨범은 캐리가 버진 레코드사와 천문학적인 액수로 계약하며 이적한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앨범이기도 하다.

빌리 프랭크(캐리)는 어린시절 엄마로부터 버려져 고아원에 입양된다. (실제로 엄마에게 버려진 일은 없다는 것이 실제 캐리의 삶과의 차이점이라고.) 세월이 흘러 80년대 뉴욕의 나이트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던 빌리는 카리스마가 가득한 DJ 줄리안 다이스에 의해 가수로 발굴된다. 훗날 제작자 겸 연인으로까지 발전하는 다이스와 함께 빌리는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노래하는 슈퍼스타가 되기까지의 힘겨운 여정에 오르는데...

영화에는 캐리 외에 〈매치(The Match)〉의 맥스 비슬리가 빌리의 삶을 영원히 바꿔놓는 다이스 역으로 출연하고, 〈빅 마마 하우스〉의 테렌스 하워드, 힙합 랩퍼인 다 브래트, 〈너스 베티〉의 티아 텍사다, 〈러브 앤 섹스〉의 앤 맥너슨, 토니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가수겸 배우 발레리 프티포드 등이 공연하고 있다. 연출은 인기 TV 시리즈 〈ER〉 등에 출연했던 배우 출신의 본디-커티스 홀이 맡았는데 이번이 그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최악의 수준이었는데, '영화화되어서는 안되었을 작품'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였다. 우선 평론가들의 공격은 여배우로 데뷔한 머라이어 캐리에게로 집중되었는데, 뉴욕 타임즈의 로렌스 반 겔더는 "단순하게 말해 그녀는 이야기상 요구되는 감정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여배우로서 부적합하다."고 단정지었고, USA 투데이의 클라우디아 퓨즈 역시 "그녀는 영화 경력을 시작하려고 시도하였지만, 스타 탄생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고개를 저었으며, 뉴욕 데일리 뉴스의 잭 매튜는 "그녀의 연기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정도로 놀라우리만큼 형편없고 어색하다."고 공격했다. 영화의 대본에 대한 반응 역시 이에 못지 않았는데, 월 스트리트 저널의 죠 모겐스턴은 "형편없는 각본."을 지적하면서 "왜 아무도 불쌍한 캐리를 그녀 자신으로부터 미리 구하지 못했는가?"고 한탄했고, 보스톤 글로브의 조안 앤더만은 "공식과 진부함으로 가득 차 있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생각없이 만든 작품."이라고 직선적인 혹평을 가했다. 다만 유일하게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낸 LA 타임즈의 케빈 토마스 만큼은 "지난 주 테러리스트 들의 공격의 영향으로 이번 주말 유일한 전국개봉작이 된 〈글리터〉는 상당한 현실도피적 오락을 제공하고 있다."고 이번 주말 극장가의 반응이 괜찮을 것이라 예측했으나 결과적으로 예상이 틀렸음이 증명되었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마크 월버그 주연의 헤비 메탈 드라마 〈락 스타(Rock Star)〉가 293만불의 수입으로 8위에 랭크되었고, 10대용 슬래셔 호러물 〈지퍼스 크리퍼스(Jeepers Creepers)〉가 277만불의 수입으로 9위에 랭크되었으며, 전편을 능가하는 흥행수입을 기록하고 있는 〈아메리칸 파이 2(American Pie 2)〉가 269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 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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