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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횡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검찰에 의해 본격적으로 착수된 직물·철강·염료 및 목재등 각업종의 수출용원자재 부정사건수사는 수출업계에 비상한 충격을 주고 지금까지 원자재를 횡류해온 일부 수출업자들에겐 경종을 울려주었지만 한편에선 모처럼 고조된 수출「무드」에 「브레이크」를 거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어 금후의 수사진전이 크게 주목된다.
수출용통조림 제조용으로 일본의 「깃꼬만」 간장을 수입한다면 놀랄일이지만 그 통조림을 소비할 대만사람의 기호가 그것을 원한다면 또한 할 수 없는 일. 수출용 원자재도입의 필요성은 이런데서 생긴다.
그러나 도입은 꼭 필요한 「경우」와 「양」에 한정되어야하며 그 재량을 그르치면 「달러」를 벌겠다고 혈안이 되면서 한편에선 수입이 금지된 자재를 마구들여다 시장에 유출시키는 「아이러니」를 빚어낸다.
또 실제로 지금까지 이런일은 거의 공공연히 자행되어 왔으며 검찰의 수사가 관계법령을 엄격히만 적용한다면 걸리지않을 수출업자가 거의 없을것이라는 업계의 공론이다.
수출용원자재횡류를 정확히 따지면 두가지 경우로 구분된다.
첫째는 관계규정이 인정한 비율을 초과하여 규격차이, 불합격품등으로 인한 「로스」(감모)가 생기는 경우이고 둘째는 처음부터 불필요하거나 필요이상의 원자재를 고의로 도입, 횡류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엄밀히 따져볼때 횡류가 아니고 책임은 오히려 기술부족, 시설불량과 직공들의 유출행위에 있으며 그 규모도 미미한데 많은 수출업자들은 이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로스」는 정확한 수량을 파악하기가 극히 어렵고 수출업자들이 이것을 빙자하여 부분적으로 원자재를 횡류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당국은 그르치기 쉬운 「재량」을 피하고 사전에 고정「로스」율을 결정, 적용해왔다.
그래서 선의의 수출업자가 해를 입고 『이래선 도저히 수출을 할 수가 없다』는 비명도 나오며, 이것은 앞으로 당국이 유의해야할 점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처음부터 얘기가 다르다. 수입금지된 자재를 수출용 원자재로 속여서 면세수입, 시장에 내다팔면 어마어마한 폭리를 볼 수가 있다. 「나일론」사를 예로들면 불당 불과 2백80원정도로 면세수입해서 8백원내외로 파니 몇곱 장사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원자재도입상의 맹점은 당국이 마련한 제도적 결함에 근본 원인이 있다. 종래의 제도에 의하면 수출업자는 수출신용장이나 계약서를 근거로 수출허가신청은 시은에, 소요원자재수입인증신청은 한은에 각각 제출했으며 이 두가지 신청을 횡적으로 연결, 검토하는 기능이 간과되었다.
따라서 수출업자들은 견본을 적절히 조작하여 공업연구소의 소요량증명만 받으면 원자재를 마구 들여왔고 그만큼의 원자재가 제대로 쓰여졌는지를 세관의 통관검사에서 「체크」 할 수도 없었다.
원자재도입이 가능한 경우는 수출·군납 및 보세가공수출, 그중에서도 일반수출이 가장 「틈」이 많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번 검찰수사는 재무부와 상공부의 다툼에서 발단된 것이며 상공부는 무작정 수출을 늘리기 위해 부분적으로 횡류를 눈감아 준 혐의가 짙다.
그러나 이렇게 명백한 제도적 결함이 왜 지금까지 묵인되어 왔으며, 그 과정에서 관료와 업자가 결탁한것이나 아닌지,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당국의 「미스」가 가져온 막대한 외화낭비의 책임을 누가 질것인지, 이 기회에 수출진흥정책의 「치부」는 철저히 조사 시정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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