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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美테러 폭풍후 어디까지…항공 → 여행·해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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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어요. 이러다가는 여행사 중 절반 이상은 문을 닫을 겁니다. " 자유여행사 심양보 사장은 미국의 테러사건 이후 여행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같이 털어놓았다. 이 회사는 테러사건 이전에 월 1만2천여명의 관광객을 해외로 내보냈으나 요즘은 월 6천여명으로 줄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 테러사태로 국내 수출.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으며, 앞으로 미국의 보복공격으로 인한 유가인상과 미국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영향이 자동차.반도체 등 전 산업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렸던 섬유 및 완구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 직격탄 맞은 수출.항공업계〓수출.항공업체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국내 수출대행업계는 맨해튼지역 바이어들과의 연락이 두절되거나, 바이어 상담이 취소돼 이미 87개사가 3천3백68만여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7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제이랜드 코리아는 모처럼 가계약을 했던 5백만달러의 수출상담이 취소되기도 했다. 무역협회 장호근 과장은 "테러의 영향으로 인한 당장의 수출 피해도 그렇지만 앞으로 중동과 유럽지역 수출이 문제" 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이미 어려움이 가시화돼 정부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금부터 올 연말까지 2천2백20억원, 아시아나 항공은 1천4백억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아시아나항공 전략경영팀 장복상 부장은 "여행객이 15% 가량 줄어든 데다 보험료까지 올라 어려움이 많다" 면서 "미국의 보복전쟁으로 유가가 오를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으면 항공업계는 고사할 것" 이라고 우려했다.

◇ 후폭풍 맞은 해운.여행.레저업계〓현대상선 강성국 이사는 "유가와 보험료 인상분을 화주에게 넘길 수는 있지만 물동량이 줄어들 경우 피해가 클 것이며, 특히 중동 보복전으로 수에즈운하가 봉쇄될 경우 비용부담을 계산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여행.레저업계의 어려움은 항공사와 비교가 안된다. 비행기 여행의 두려움이 높아진 데다 보복공격 우려로 손님이 격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가을철 성수기에 맞춰 국내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만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 말했다.

◇ 태풍권에 들어가는 대미(對美)수출비중 높은 업종〓앞으로 영향받을 업종은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업종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상무는 "미국의 소비침체가 지속될 경우 자동차.컴퓨터.반도체 등 우리 주력상품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며, 유가가 오르면 석유화학업종도 어려움이 많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尹상무는 해운업계의 부진은 조선업계의 발주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 상무는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렸던 섬유.완구업체들도 수출액이 급격히 줄어들 것" 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LG경제연구원도 국내 상품중 특히 수출비중이 높은 전기전자(2000년 기준 68%), 섬유(54.8%), 자동차(47.8%), 화학(47.3%)등과 석유투입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53%)업종이 어려워져 전반적인 수출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 틈새시장에서 호황을 기대하는 보안.재해복구 업체〓폐쇄회로TV에 연결하는 녹화장치인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 제조업체인 네오시스트는 뉴욕보안전시회에 참가 중 테러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기대치 않은 효과를 봤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주문이 테러사건 후 약 40만달러어치가 몰린 것이다. 테러 참사 이후 데이터 백업과 재해복구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스토리지(저장장치) 제공업체인 한국EMC에는 데이터 백업 및 저장장치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김동섭.김남중.이현상 기자 don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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